걸음거리
창경궁길 한복을 입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엎치락 뒤치락 뛰어간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 것 없이 어느새 저만치 멀어졌다. '나도 저만한 나이에 개구장이처럼 뛰어다녔지..'하며 미소를 지었다.
못 믿겠지만 어릴 때 나는 활발한 아이였다. 유치원 때 친구와 뛰다 넘어져 무릎이 까인 기억이 난다. 왼쪽 무릎 오른쪽 무릎 번갈아 까진 걸 보면 어지간히 뛰어다녔나 보다. 5, 6학년까지만 해도 교실을 뛰어다녀서 선생님이 뛰지말라고 뭐라했었다.
중학생이 된 후부터 활달한 성격에서 얌전히 앉아 교실에서 책만 읽게 되었다. 어떤 계기로 책에만 몰두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구장이 모습이 완전히 없어졌냐면 그건 아니다. 남들 앞에선 그러진 않지만 혼자이거나 동생과 있을 때 익살맞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
여전히 나는 개구장이의 모습이 내면에 남아 있다. 뛸 수 있으면 자주 뛰려고 하고 그럴 때마다 웃음이 나고 신이 난다. 한번은 가는 길에 초등학생 남자아이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누가 먼저 가는지 승부를 본 적이 있다. 결과는 아이 승. 아이를 상대로 겨루는 나를 깨닫고 현타가 왔달까.. 그래서 아이가 먼저 가도록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
나는 자주 걷는다. 대중교통을 타는 것보다 걷는 게 익숙해졌기도 하고 걷는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1시간 이상을 걷는데 보낸다고 하면 주변사람들이 놀라워 할 때가 있었다. 그때는 운동겸으로 한다고 대답하고 말았지만 지금 왜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이 걸어보고 싶다고.
나이를 먹어 오래 걷지고 뛰지도 못하게 될 때 많이 걸어보지 못한 걸 후회하지 않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