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이 문을 닫았다
2년 10개월만에 고시원 생활을 청산하면서
2년 10개월 만에 고시원 생활이 끝났다.
"-'11월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로 시작한 문자메시지는 갑작스럽게 날라왔다. 9월말 서류 발표가 나면서 인적성시험을 준비하던 중요한 시기라 나는 일방적인 통보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급하게 네이버카페에 들어가 공고를 찾았다. 마음은 초초한데 월세는 턱 없이 비싸 하루종일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친구의 손을 빌렸다. 서울에 올라온지 꽤 됐지만 고시원 외에 다른 집에 이사한 경험이 없어 뭐가 괜찮은 조건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알아본 집들을 캡처해 갈지 말지 물어보느라 바쁜 친구를 이래저래 귀찮게 했다.
한번은 괜찮다고 했던 집을 계약할지 고민하다 결정할 즈음에 이미 계약이 끝나 허탈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차선책을 택해야 하나 고민하는 중에 친구는 여유롭게 천천히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사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집을 구하는데 시간만 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친구의 조언을 따라보자 하고 몇군데를 더 연락했다. 다행이 더 좋은 조건의 집을 발견했고 그 집과 연락해 빠르게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급한 일을 처리한 후 마음이 가라앉았을 무렵 당시 상황을 찬찬히 되짚어 보았다. 만약 내가 친구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분명 비싼 월세에 여러 사람과 부대끼는 환경에 불편했을 것이다. 급할 수록 되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이런 의미구나 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