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어디서부터 거슬러 가야 할까. 중학생 때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썼던 단편소설부터 풀어나는 게 좋겠다.
중학교 국어 시간, 선생님이 과제로 단편소설을 각자 한 편씩 쓰는 숙제를 내셨다. 어린 나는 세상을 잘 안다고 생각했고 뭐든지 뽐내고 싶어했었다.
'나는 어려운 책도 많이 읽었으니 단편소설쯤이야 진지하게 잘 쓸 수 있어'
어렴풋이 발레리나의 음울한 이야기를 한 남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줄거리라는 게 기억이 난다. 처음부터 깊이 있는 주제로 쓰려다 보니 제출 기한 내에 쓰기엔 버거웠다. 결국 처음 의욕과 다르게 마무리를 이도저도 아니게 얼버부렸다. 굴욕감이 나에게 컸었던 것일까. 그 이후로 소설을 쓰는 일에 일부러 멀리 해왔다.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타지에 홀로 생활하면서부터였다. 타지에 오기 전까지 나는 항상 동생과 같이 생활하면서 그때 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동생에게 얘기해서 분출했었다. 연고 없는 곳에 살면서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을 무렵 해소하지 못한 채 마음 속에 꾹꾹 담아온 생각들을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내면을 보여주는 게 어색하고 힘들어 상담을 받는 건 고려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글을 찾기 시작했다. 책, 영화, 브런치 등등 여러 글들을 읽으면서 마음에 묵직하게 다가왔던 문장들을 만났다. 나는 이 문장들을 다시 한 자 한 자 따라 치면서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또다시 우울감에 젖었을 때 이 문장을 읽으며 극복하겠단 마음으로 '씀'어플에 올려 간직해두었다.
이렇게 해서 모은 100여 개 문장들을 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말하고 싶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같은 시선으로 음미해볼 수 있도록, 내 얘기를 들려 주고 싶다.
이 글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