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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Mar 31. 2020

나를 즐겁게 하는 것, 불쾌하게 하는 것

16일 차 자기발견

1장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


#시네마


하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라고 단언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시기를 배경이지만 전쟁의 비극보다 전쟁 속에서 책을 매개로 이웃과 유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주된다. 영화에서 북클럽에 모여 얘기를 나누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각자가 읽는 책을 낭독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모습이 정겹고 따스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밤새도록 이야기하는 건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은 일이다. 엔딩크레딧이 올라오면 쿠키영상으로 낭독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한 사람이 낭독을 끝낼 때마다 모두가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를 치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이것이 내가 서로가 서로를 지지해주는 커뮤니티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한 장면


둘,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

지브리 영화는 그 자체로 장르다. 지브리 영화 특유의 감정선은 아련하고 여운이 남는다.

여러 번 돌려본 영화만 해도 '추억의 마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녀 배달부 키키', '모노노케 히메', '천공의 성 라퓨타' 등 6가지가 넘는다. 몇 개를 제외하곤 한번씩은 다 봤으니 진정한 지브리 성애자다.


모든 영화가 다 좋지만 특히 마음이 뭉클해진 영화는 '귀를 기울이면'이다. 꿈 없이 평범하게 살던 시즈크가 세이지의 꿈을 듣고 소설을 쓰게 되는 과정현실의 나와 다르지 않아서인지 공감이 됐다. 원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망쳤다고 좌절하는 시즈크에게 세이지의 할아버지가 말을 건네는 장면이 좋아, 캡처본을 따로 보관해두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거칠고, 솔직하고, 미완성'이지만 열심히 잘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귀를 기울이면>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


#북


책도둑

한 번 읽은 책은 좀체 다시 읽지 않는 편이라 두 번 이상 읽은 책이 손을 꼽을 정도이지만, 책도둑만큼 여러 번 읽은 책은 없다. 이 책은 1부와 2부가 두 권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나는 도서관에서 1권을 읽은 후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곧장 서점에서 구입했다.


이 책은 각 장마다 죽음의 신이 나래이션을 하는 방식으로 독자와 대화하는 느낌을 준다. '책도둑'은 나치 시절의 독일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 책에서 나는 나치 치하에도 유대인을 숨겨주고 돕는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주인공 리젤의 가족이 유대인 막스를 숨겨주면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리젤이 훔친 책과 맞물려 긴장감조성했다.


가족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도 유대인을 도와줬던 리젤의 가족을 보면서 나는 억압과 탄압이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 인간다움을 유지하려는 의지에 감명을 받았다. 책도둑 이후로도 나치시대, 노예제도, 빈곤 등의 조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며, 동일한 상황에 닥쳤을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곤 했다.


#게임


One Shot

게임을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게임 영상을 종종 보곤 했다. 그중 취향저격했던 게임들을 떠올려 보면 '영화 같은 스토리'(디트로이드 비컴 휴먼)를 가졌거나 '뛰어난 영상미'(저니)가 있었던 것 같다. 흔히 게임을 한다고 하면 몬스터를 때려 잡는 것을 떠올리기 쉬운데, 조금만 게임에 관심을 가지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명작 게임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고정관념을 비틀거나 도덕적인 선택을 요구하는 게임을 좋아한다. 대표적인 명작을 말하라면 'One Shot' 알만툴 게임을 꼽고 싶다. 이 게임은 제4의 벽(관객과 배우 사이의 벽)을 깨부순 점에서 파격적이고 신선한 게임이다. 고양이 모습을 한 소년 니코는 모르는 장소에서 깨어나 태양(전구) 갖게 되는데, 암흑에 갖힌 세상을 구하기 위해 태양을 탑으로 옮기는 미션을 수행한다. 재밌는 사실은 게임 속 인물이 플레이어를 인식한다는 점이다.


게임이 플레이어의 현실에도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마지막 엔딩 분기점에서 하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는다. 직접 플레이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엔딩 모두 볼 수 있었는데,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해서 어떤 선택이든 마음이 좋지 않았다. '태양 되돌리기'를 선택하면 니코는 죽을 때까지 태양을 밝히는 일에 희생되야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하면 니코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대신 이 세계의 주민들이 희생된다. 모든 사람을 만족할 수 있는 선택지란 없기 때문에 이 게임은 어떤 선택이든 그에 응당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울림을 주었다.


알만툴 게임 'One Shot', 선택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노래

Maggie Rogers의 light on


Light on을 처음 들었을 때 귀에 확 꽂히는 음색이었다. 한 소절을 듣자마자 다운을 받고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을 정도가 되면 가사를 찾아보곤 하는데, 가사의 의미를 알고 들으니 울컥한 감정이 들었다. 가사 중에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다음과 같다.


And I am finding out
그리고 나는 깨닫고 있어
There's just no other way
다른 방법은 없다는 걸
That I'm still dancing at the end of the day
결국엔 난 여전히 춤을 추고 있을 거야
If you leave the light on
네가 빛을 남겨준다면
Then I'll leave the light on
나도 빛을 남겨둘께


Maggie Rogers는 alaska 노래로 인기를 얻는데, 하루 아침에 얻은 명성에 두려웠다고 했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는데,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준 빛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팬들에 대한 사함을 담아 Light On이란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가 BBC에서 당시 큰 변화가 있었을 때 일을 회상하며 남긴 말은 여러 번 곱씹을 만큼 좋았다.

"I was in the eye of the storm for a long time. I needed a second to figure who I was."

(저는 오랫동안 태풍의 눈에 있었습니다. 제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잠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https://youtu.be/MSFjYe54uv4

Maggie Rogers의 Light On


#좌우명

'실행'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요즘에 엠마 왓슨의 UN 연설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i'm inviting you to step forward, to be seen, and ask yourself.
if not me, who? if not now, when?


내가 아니면 누가하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는가. 뭔가를 시작하기 망설여질 때 이 말을 되새긴다.


#그 밖의 질문들


하나, 평소에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가?

- 겸손한 사람

- 다른 사람의 말을 귀기울일줄 아는 사람

- 성장하길 원하고 행동으로 보이는 사람

- 베풀 줄 아는 사람

-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할 줄 아는 사람

- 생각이 많은 사람

- 편견 없는 사람



둘, 애인이나 배우자의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 책을 읽는 사람(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없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으니 외롭다.)

- 글을 쓰는 사람

- 배우고자 하는 의지, 성장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

-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

- 파트너로서 서로 자극이 되고 응원해주는 사람

- 담배 X, 술은 마셔도 되지만 안 좋아했으면

- 인싸보다는 아싸


이걸 다 갖춘 사람이 있을까? 나라도 잘하자.


셋, 무엇을 할 때 살맛이 나는가?

내가 가진 것들을 아낌없이 주는 편이다. 꼭 물질적인 건 아니더라도 상대에게 필요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상대가 전보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게 되거나, 좋은 방향(성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뿌듯하다. 가끔씩 도움이 필요없는데 괜히 나선 건 아닌가 걱정하지만,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이 맛에 하는구나 싶어 이런 일을 계속 하게 된다.


넷, 주중에 가장 기대되는 것은 무엇인가?

글쓰는 시간. 한달자기발견에선 이미 질문들을 공개하고 있지만 일부로 당일에 본다. 오늘은 어떤 질문을 받을까 기대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고 찬찬히 생각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고민하면서 쓴 기억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고통도 기쁨도 다 나를 알아가는 즐거움에 한 부분이다.


다섯, 가장 최근에 행복해서 미칠 것만 같았던 때는 언제였는가?

브런치를 시작한지 7일만에 다음 메인에 떴을 때. 꾸준히 쓰다보면 한번은 메인에 가겠지 하며 막연히 기대했었다. 크리에이터 클럽에서 '불호'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그때 간단히 쓴 글이 마음에 들어 돌아가는 길에 브런치에 올렸다. 보통은 몇 분 뒤에 '좋아요' 알림이 오는데 그날 따라 이상하리 만큼 고요했다. '어투가 바껴서 별루였나?'하고 속으로 말하며 아쉬워 했는데, 그 다음날 조회수가 급격히 상승해서 깜짝 놀랐다. 너무 놀라고 기뻐 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이제 브런치에 정식 작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본다는 게 신기했고 글 쓰기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2장 나를 불쾌하게 하는 것들


#같이 있기 싫은 사람

- 공감이나 감수성이 떨어지는 사람

- 솔직하다는 말로 포장해서 할 말 안 할 말 구분 못하고 뱉는 사람(언어적 폭력입니다만)

-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사람(같이 일하기 힘들다)

- 일을 설렁 설렁 하는 사람

- 발전이 없는 사람(모르면 모르는 대로 식으로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

- 자기 말만 하는 사람(대화의 9할은 한 사람이 다한다)

- 지적만 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사람(비판과 지적은 다르다, 지적은 상대를 깨우치게 했다는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하기 싫은 일

- 단순 반복 업무(아무 생각 없이 해도 되는 업무)

쉽게 질려 한다. 배우는게 없다.

- 비효율적인 업무방식

형식만 바꿔도, 프로그램만 조금 다룰 줄 알아도 시간이 단축되는 데 회사 원칙상 제약이 있을 때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영화

- 마블 영화

소수의 사람이 우주를 구하는 식의 히어로 영화를 안 좋아한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

- 공포 영화

소리로 공포를 유발하는 영화 특히 싫어한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스릴러는 좋아하는 데 깜짝 놀래키는 공포 영화는 싫다. 아이러니하게도 공포게임은 좋아한다(?)

- 코미디 영화

웃어야 할 장면이 웃기지 않는다. 한국의 코미디 감성이 나와 맞지 않는듯.

- 신파 영화

이 장면은 울어야 되는 장면이야 라는 식으로 억지 감성 유발하는 영화. 전개가 뻔하고 과장되고 지루하다. 슬픈 장면에 신나는 음악을 연출해 비극을 극대화 하거나, 음악을 깔지 않고 오로지 한 사람을 클로즈업하는 데만 집중해 슬픈 감정을 충분히 보이게 하는 등의 연출을 더 선호한다.


#출근이 꺼려지는 이유

- 계속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

하고 있는 일이 익숙해지고 난 뒤 새로운 도전이 없을 때, 평생 여기서 같은 일만 하는 건 아닌가 두려워 질 때

- 각자도생인 조직문화

비협조적, 일의 경계를 선 긋는 곳, 최소한의 가이드나 피드백 없이 알아서 해라는 마인드.

- 남들이 안 나오는 날 출근해서 일해야 할 때

첫 인턴생활에서 매주 토요일에도 나와 일했을 때 힘들었다. 남들이 쉬는 날 일을 하고 격주에 한번은 월요일에 쉬긴 했지만 일을 더 하는 느낌이었다. 같이 일하는 시간에만 하는 것을 선호한다.

- 적당히 하는 팀 분위기

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과 일하다보면 안주하게 되는 느낌이 싫었다. 뭘 하자고 해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분위기에서 일하고 싶다.




16일 차에는 즐겁게 하는 것과 불쾌하게 하는 것들을 리스트로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유독 자주 보이는 단어들이 있었다. 단어들을 5가지 범주로 묶었을 때 다음과 같았다.

경청, 감사, 지지, 성장, 행동


성장과 행동이 나를 위한 것이라면 경청과 감사 그리고 지지는 상대를 위한 것이다. 전에는 나를 중심으로 두고 성장하는데 집중했다면 점차 내 주위의 사람들과 관계에도 소중히 여기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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