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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고비 Oct 13. 2023

NSR

진동 전달 서비스 : 당신의 진동을 전달해 드립니다 #14.

김나연 씨에게.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벌써 서비스를 받은 지 두 달이 지났네요.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궁금하실 것 같아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이제야 후기를 전합니다.

칠레 여행을 하면서 Jay가 찍은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어요. 아마 나연 씨도 아실 거예요. 한 동안 제 세상은 우리나라가 아닌 칠레와 아타카마 사막이었어요. 저의 인터넷 검색창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Jay가 칠레에서 찍은 사진까지 연결되었을 거예요.


사진들을 올린 사람에게 연락을 해야 했어요. 그 사진들. Jay가 사라지기 전날에 저에게 보내주었던 사진들이었거든요. 저랑 Jay만 가지고 있던 사진이었어요. 사진을 올린 사람하고는 의외로 쉽게 연락이 되었어요.

호세라는 이름의 아마추어 사진가였어요. 호세는 동네 벼룩시장에서 카메라를 구입했고, 카메라 안에 Jay의 사진들이 들어 있었대요. 좋은 사람이었어요. 인터넷에 사진을 올린 것도 카메라의 주인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에서였고, 사진 속 사람에게 나머지 사진들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저를 만나자마자 제 얼굴을 알아볼 수가 있었다고 했어요. 이상하죠? 호세는 ALMA가 관측을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어요. 카메라 속에서 본 ALMA의 관측장면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고 했으니, Jay가 호세를 아타카마 사막으로 부른 셈이었어요.


호세는 Jay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카메라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고 했어요. 혹시 구입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냐고 했더니 기억이 난대요. 동네에 병원이 하나밖에 없는데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파셨다고 했어요. 그분에게 연락해 보라고 하며 병원과 의사의 이름을 알려주었어요.


산티아고에서도 비행기로 2시간, 버스로 14시간을 가야 하는 푸에르토 몬트의 병원이었아요. Jay의 카메라가 있었던 곳이라면 Jay도 있었던 곳일 테지만 지금도 Jay가 왜 그곳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어렵게 어렵게 Jay를 살펴 주었던 의사 선생님과 연락이 닿았어요.

Jay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여기 병원까지 실려왔다고 했어요. 가뜩이나 코로나 환지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던 데다가 동양인이어서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을 거라고 하더군요. Jay가 캐나다인이라는 제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라셨어요. 당연히 중국 사람이라 생각해서 중국 대사관에 연락을 했다고 했어요.


Jay가 이곳에 왔을 때 가지고 있었던 건 주머니에 들어있던 소형 카메라뿐이었는데 충전기가 없어서 켜보지도 못한 채로 벼룩시장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코로나에 걸렸던 환자들은 시신조차 남아있지 않았다고 했지만 처음 김나연 씨가 해 주셨던 말이 기억났어요. Jay를 이루고 있던 입자들에게 저의 진동이 전달될 거라 이야기하셨잖아요.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게 될 거라고.


Jay를 만날 수는 없었지만  Jay의 카메라가 저에게 왔어요. 이야기를 전해 들은 호세가 저에게 카메라를 보내 주었거든요. Jay가 저에게 보내준 응답이었겠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2021년 4월 28일

정은우


2020년 1월.

“은우야. 네가 새겨준 타투 말이야.”

“응? “

“네가 손으로 새겨준 거.”

“아. 그 파동?”

“응. 그거 다시 한번만 그려줘.”

은우가 Jay의 팔에 구불구불한 파동을 그린다.

”기억할 수 있겠어? 굉장히 파장이 길어.”

Jay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다 은우의 손에 깍지를 끼며 말한다.

”어떻게 잊어. 네가 새겨준 거잖아. “

“꼭 가야 하는 거지?”

”걱정 마. 결혼식 전에 꼭 돌아올 거야. “

“나는 왜 하필 나는 너한테 작별인사를 새겨준 걸까?”

은우의 불안한 마음을 읽은 Jay가 은우를 꼭 끌어안고 말한다.

“은우야. 잘 들어봐. 초신성이 그저 별들이 사라지는과정이 아니잖아. NSR에서는 별이 새롭게 탄생하는 곳이라는 거 알지? ”

Jay가 은우의 팔에 은우가 그려준 파동을 따라 그려준다.

“나한테 이 파동은 작별인사가 아니야. 네가 해 주는 안녕이지만 헤어질 때 하는 인사가 아니라 만날 때 하는 인사 있잖아. 안녕! 정은우."

Jay가 손까지 흔들어 가며 은우를 웃게 한다.

"은우야. 보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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