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스튜디오 드래곤과 콘텐트리중앙의 주가 하락
2023년 2분기 들어 K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 사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CJ ENM이 1분기에 적자로 전환되면서 K콘텐츠 산업이 정점을 찍고 쇠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스튜디오 드래곤과 콘텐트리중앙의 주가도 어려워진 업황으로 1월 초 대비 4월 말 기준 각각 21%, 14% 하락했습니다. 미디어 업계 전체가 침체 기조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방송사들의 드라마 편성 축소입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광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제일기획이나 이노션 같은 광고대행사의 국내 실적에 빨간 불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면서 방송사들도 드라마 편성을 대거 축소하고 있습니다. 당장 SBS나 JTBC가 드라마를 1주일에 6편이 아닌 2~4편으로 축소하고 있습니다. tvN도 수목 드라마 방영 시간대를 예능과 교양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OTT의 투자 완화입니다. 과거 5년여간 빠른 속도로 투자를 늘려왔던 넷플릭스가 2022년 수준에서 더 이상 확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4년간 한국 영상 콘텐츠 제작에 25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밝힌 바 있는데, 이는 연간 8,000억 수준으로 2022년 대비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드라마 제작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제작 작품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입니다. 티빙이나 웨이브도 2022년 천억 대 적자를 기록한 바 있어 2023년부터는 투자 효율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블락버스터가 극장에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교섭>, <대외비>, <솔메이트> 등이 개봉했으나 흥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23년 3월 한국영화 매출액, 관객 수는 2019년 3월 매출액의 40% 수준, 관객수는 3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5월에 개봉하는 <범죄도시 3>이 그나마 흥행 기대작으로 이후 한국 영화의 회복 여부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회사들의 목표 주가를 낮추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나증권, KB증권 등 3개 증권사는 스튜디오 드래곤의 목표주가를 하향시켰고, 콘텐트리중앙의 목표 주가를 내린 증권사는 5곳이었습니다.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CJ ENM의 목표주가를 내려 잡은 증권사 보고서도 11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관련 글: CJ ENM, 암울한 1분기 실적의 의미)
구조적인 어려움과 함께 미디어 사업의 향방은 이후 방영될 기대작에 쏠려 있습니다. 현재 방영 중인 콘텐트리중앙의 <닥터 차정숙>의 8화 시청률은 16.2%로 <부부의 세계>와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슷한 수준이라 하반기 방영작에 대해서도 아직 기대를 거두기에는 일러 보이기 때문입니다. 콘텐트리중앙의 <범죄도시 3>이 한국 영화 흥행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고, 스튜디오 드래곤의 <구미호뎐 2>, <경이로운 소문 2>, <아스달 연대기 2>, <스위트 홈 2>가 하반기 방영이 예정되어 있어 판을 흔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아직은 존재합니다.
그동안 고성장을 해왔던 K콘텐츠 산업이 <기생충>을 정점으로 서서히 쇠락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경기침체 국면에서 일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입니다. 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K콘텐츠 산업의 향후 5년을 결정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글로벌 OTT의 제작 외주국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되살아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