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창의력을 깨워라
미지의 세계로 떠나고, 벗어나고, 첫발을 내딛고, 그리고 경청해야 합니다
뱀 공포증을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험’입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스탠퍼드 교수 알버트 반투라는 ‘유도 숙달’을 통해 뱀 공포증을 벗어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먼저 뱀 공포증 환자를 양면 거울이 있는 방으로 안내하고, 다른 쪽 방에 있는 뱀을 관찰하게 합니다. 환자가 괜찮아지면 두 개 방 사이의 문을 열고, 그 문을 통해 다른 이가 뱀을 만지는 것을 지켜보게 합니다. 그다음에는 두꺼운 가죽 장갑을 끼우고 뱀을 만지게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맨손으로 만지게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서너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고, 이를 통해 뱀 공포증을 완전히 벗어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과정별로 전문가가 ‘유도’하여 당사자가 특정 경험을 ‘숙달’하도록 하는 방법이기에 '유도 숙달'이라고 칭합니다. 그 후 더 놀라왔던 점은 뱀 공포증을 벗어난 이들이 승마나 대중 연설 등 평소에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다른 영역에서도 더 많은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 왔다는 점입니다.
이렇듯 공포를 벗어나는 방법은 공포의 실재와 맞닥뜨리고, 체험을 통해 체화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 잠자고 있는 창의력을 깨우는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의력을 저해하는 공포들을 대면하고 하나씩 깨부수어야 합니다. 창의력은 연습을 통해 충분히 발전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맞닥트리는 첫 번째 공포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창의력’은 고객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안락한 회사 책상에 앉아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안락함을 벗어난 외부 세계는 혼돈 그 자체이나, 정답은 그 혼돈 속에 있습니다. 그 정답을 찾는 방법은 그 ‘혼돈’을 직접 체험하는 것뿐입니다. 후진국에서 신생아를 위한 저가 인큐베이터를 개발한다고 해보죠. 실리콘밸리 한가운데나 강남 한복판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맘에 맞는 친구들 몇 명이서 몇 시간을 얘기해 봐도 실체가 잡힐 리 없습니다. 문제를 푸는 방법은 네팔의 시골 지역으로 직접 탐방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실제 가족 및 의사와 얘기를 나누어본 결과, 심각한 미숙아들은 병원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병원에서의 값비싼 인큐베이터가 아니라, 아이를 병원까지 가는 동안 체온을 유지시켜 줄 침낭입니다. 이걸 깨달은 후, 한 스타트업은 기존 인큐베이터 대비 99% 가격이 저렴하고, 외부 전력원 없이도 6시간 동안 적정 온도를 유지할 인큐베이터를 개발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실제 그 ‘미지’의 세계로 떠나 경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두 번째 공포는 ‘남의 시선’입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데 무시당할까 봐 불안해 중간이라도 가자며 생각하는 것을 멈추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나도 모르게 자기 검열을 강화하고, 말을 내뱉고 생기는 리스크보다 침묵을 택하게 됩니다. 언어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발음, 잘못된 억양을 남한테 평가받는 것이 두려워 말하기를 망설이는 순간, 언어 능력은 더 이상 발전되지 않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권위를 가진 이가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신선한 아이디어는 말단 직원에게 나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신선한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직급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핵심입니다. 임원이 자신이 없다면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해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세 번째는 공포는 ‘첫 발을 떼기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작가는 하얀 종이를 대면해야 하고, 대부분 선생님은 첫날의 두려움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완벽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계획을 더 치밀하고 정밀하게 세울수록 첫 발을 내딛기 더 어렵습니다. 잠시 큰 그림을 잊어버리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목표를 향해 도전할 수 있는 빠르고, 저렴한 방법은 무엇일지 계속 물어야 합니다.
또 다른 방법은 말도 안 되는 데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의도적인 제약조건을 만들면 창의력이 발동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수개월이 걸릴만한 책 쓰는 작업을 하루 만에 써보겠다거나, 남들이 일 년 이상 걸린다고 생각할 만 일을 몇 개월 만에 해낸다고 설정하는 것이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어차피 짧게 데드라인을 설정했기에 그리 시간 낭비도 아닐 것입니다.
마지막 공포는 ‘통제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창의력에 대한 자신감은 때로는 내가 낸 아이디어를 흘려보내고 남이 낸 더 좋은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을 때 배가 됩니다. 혼자가 아닌 팀으로 일하면서 협력할 때 제품과 팀, 비즈니스에 대한 통제권을 희생하는 셈이 됩니다. 때로는 일부러 자신의 통제권을 남에게 이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회의 주재를 가장 주니어에게 부탁한다거나, 회의 주제를 잘 모르는 이들을 초청해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봐야 합니다. 위키는 전형적으로 통제권을 상실한 케이스입니다. 누구나 자신 스스로가 최고임을 자부하며, 완벽한 산출물을 만들어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위키는 역설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권한을 부여한 순간 집단 지성의 형태로 위대한 사전을 탄생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작은 발걸음이 시작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공포를 극복할 때 나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미지의 세계로 떠나고, 남의 시선을 벗어나고, 첫 발을 내디뎌야 하며, 다른 이의 의견을 수용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꼭꼭 숨겨져 있던 창의력이 드러날 것입니다.
<Tom Kelley and David Kelley , “Reclaim Your Creative Confidence", Harvard Business Review (December 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