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의 뒤를 이은 <푸드판다>와 <라인맨>의 2위 싸움
태국 음식 배달 시장은 코로나 시기에 전례 없는 성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랩이 선두에서 치고 나가는 가운데, 푸드판다와 라인맨은 2등으로 자리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중입니다. 푸드판다와 라인맨은 누가 2등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또는 누가 도태될 것인가의 <헝거 게임>을 펼치고 있습니다.
태국에서 음식 배달의 역사는 <마이너 푸드 그룹(Minor Food Group)>과 함께 합니다. 마이너 푸드 그룹은 1980년 윌리엄 하이네케(William Heinecke)에 의해 창업된 전문 프랜차이즈 회사입니다. 1980년 '더 피자(The Pizza)'를 시작으로 <시즐러>, <스웬슨>, <데어리 퀸>, <버거킹>, <더 커피 클럽> 및 <본촌>을 프랜차이즈 하고 있습니다. 1989년 태국에서 배달을 처음 시작했고, 1997년 전국 단위 콜센터를 가동했습니다. 2007년에는 웹을 통해 주문하는 시스템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앱 서비스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시작했습니다. 2019년 3월에 들어서야 <1112Delivery>라는 앱 서비스를 론칭했기 때문입니다.
태국 음식 배달 서비스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태국에서 모바일 음식 배달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이는 '딜리버리 히어로'의 <푸드판다>였습니다. 2012년 처음 방콕에 발을 내디뎠고, 주로 외국인 또는 주재원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라인맨>은 2016년 파일롯으로 론칭한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시점은 2017년부터입니다. <그랩푸드>는 2018년에 론칭한 후, 모바일 앱 배달 서비스 1위가 되었습니다. 고젝의 태국 서비스인 <Get>은 2019년 론칭했으나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2021년 '에어아시아'에 매각되었습니다. 2019년 마이너 그룹의 <1112Delivery>가 론칭했고, 2020년에는 태국 최초 상업은행 '시암커머셜뱅크(SCB)'가 <로빈후드>를 론칭했습니다. 최근에는 'SEA 그룹'의 <쇼피푸드>가 2021년 론칭되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태국 음식 배달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입니다.
태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입니다. 동남아에서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가장 큰 음식 배달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서치 회사인 <모멘텀 워크(Momentum Works)>에 따르면, 2021년 동남아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155억 달러 (약 24조 원)로 추산되어, 전년 대비 30% 성장했습니다. 가장 큰 시장은 인도네시아로 시장 규모는 46억 달러 (약 6조 원)이며, 두 번째는 태국으로 40억 달러 (약 5.3조 원)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싱가포르 (29억 달러), 필리핀 (16억 달러), 말레이시아 (16억 달러), 베트남 (8억 달러)입니다.
고성장하는 초기 시장에서 우상향을 고민할 수 있었다는 점은 행운이었습니다. 태국에서 음식배달 사업이 매우 초기 단계이다 보니 현지 투자자를 비롯해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항상 받던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음식 배달 서비스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였습니다. 그리고 수 많은 사업자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지가 그 다음 질문이었습니다. 태국 음식 배달 시장에서 그랩은 2021년 기준, 47%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 뒤를 푸드판다(22%), 라인맨(22%)이 이어 가고 있습니다. 그랩이 시장 점유율을 50% 가까이 가져가는 상황이었기에 누가 살아남을수 있을지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했습니다.
[동남아 음식 배달 시장 규모 및 주요 사업자]
태국 대부분의 음식 배달 사업자는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전체 거래액(GMV) 대비 음식 배달 사업자의 수수료는 15~20% 수준입니다. 이 수수료 안에서 프로모션 및 마케팅, 앱 제작에 필요한 고정비를 감당해야 하기에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별도로 고객에게 배달료를 청구하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부분은 사업자가 보조해주고 있는 형국입니다. 특히나 신규 사업자들이 진입하면서 마케팅비를 지출하고 있기에 흑자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태국의 평균 주문 거래액 (Basket Size)을 300밧(약 10,000원)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사업자는 약 1,500원에서 2,000원을 받습니다. 배달비는 거리나 운영 효율성에 따라 달라 약 60밧~110밧으로, 원화로 약 2,000원에서 4,000원 사이입니다. 배달비 자체는 태국이라고 절대 저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객을 유치하는데 배달비가 부담되기에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배달비를 할인해 줄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20밧(약 700원) 또는 무료로 배달비를 프로모션 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런 구조하에서 레스토랑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만으로 흑자를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배달비 보조금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1,300원~4,000원인 반면, 레스토랑에서 받는 수익은 1,500원 사이에서 2,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디저트 주문이 많아진다면 평균 주문 거래액은 더 줄어 수익이 줄테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레스토랑 수수료도 15~20%보다 저렴한 10%로 책정하는 경우도 존재하기에,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흑자의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을 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레스토랑 수수료를 25% 이상 수준으로 올리고, 배달비 보조금을 줄이고 고객에게 온전히 부담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평균 주문 거래액 10,000원 기준, 2,500원을 매출로 창출할 수 있으니, 여기에서 프로모션 및 각종 비용이 감당 가능합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화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음식 배달은 명확한 '기능' 중심 시장입니다. 얼마나 많은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는가? 음식 가격이 저렴한가? 배달비가 저렴한가? 드라이버 배정 성공 가능성이 높은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평균 배송 시간은 얼마인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은 빠른가?가 경쟁의 핵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사업자는 '숫자'를 중심으로 할인 경쟁으로 들어갑니다. 역설적으로 더 많은 사업자가 들어오고, 해당 사업자들이 투자를 더 많이 받을수록 소비자 후생은 좋아지는 반면, 사업자들의 적자는 가속화됩니다.
현지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능력 있는 '테크 탤런트' 팀을 꾸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태국의 현지에서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봤습니다. 아웃소싱 업체를 활용해보기도 하고, 한국 개발자들의 힘을 빌어보기도 하고, 현지의 개발사를 인수해 자체 팀을 꾸리는 방법도 시도해봤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주문을 처리하는 서버의 안정성과 앱의 편리성을 높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베트남의 개발 인력도 활용코자 했으나 언어적 장벽은 또 다른 현실적 어려움이었습니다.
다른 동남아 슈퍼앱들도 유사한 과정을 겪었습니다. 결국 그랩은 중국의 개발자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철저한 원빌드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푸드 판다는 애초에 독일과 터키를 기반으로 한 개발력을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고젝은 인도네시아 개발력을 활용해 태국의 앱을 개발했으나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고, 기존 멀티 빌드 전략의 패혜를 깨달았으나 이미 때늦은 후회였습니다.
그랩과 푸드판다는 태국어를 모르더라도 주문이 가능하며, 드라이버와 앱 내 존재하는 채팅을 통해 의사소통할 수 있습니다. 주문을 하면 바로 레스토랑의 주문 단말기(POS)로 전달되며, 드라이버가 배정됩니다. 신용카드나 간편 결제는 너무나 당연한 결제 수단입니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라인맨은 불편함이 컸습니다. 태국어로밖에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며, 배달 기사가 배정되면 주문이 확정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단 전화부터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태국어를 모르면 배달이 불가능하지만, 태국어가 되더라도 전화를 일일이 받는 것은 불편합니다. 길거리 레스토랑에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현금으로만 결제할 수밖에 없는 약점도 존재했습니다. 이런 약점에도 시장 점유율을 꽤 높게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라인의 브랜드 파워와 라인맨이 철저하게 현지화된 서비스라는 감성적 연결고리가 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앱의 불편함을 상당부문 개선하며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으니, 앞으로의 횡보가 더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실마리는 중국 <메이투안-디안핑>에 있었습니다. 메이투안(Meituan)은 2010년 구루폰과 같은 그날의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시작되었습니다. 2015년 각종 리뷰를 제공하는 디엔핑 (Dianping)과 합병해 메이투안-디엔핑(이하 메이투안)이 되었습니다.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호텔 예약, 영화 예매, 상품권 교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0년 6월 기준, 메이투안의 시가총액은 1조 홍콩달러 (약 155조 원)이었으며, 같은 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315조 원의 약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메이투안이 흑자를 기록한 시점은 시장 점유율을 압도적으로 만든 시점이기도 합니다. 2018년 상반기 메이투안의 시장점유율은 59%였으나, 2019년 상반기에는 65%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2위 사업자인 Ele.me는 2018년 상반기 36%였으나, 2019년 상반기 27.4%로 감소했습니다. 메이투안의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며, 2019년 2분기에 처음으로 흑자로 전화되었습니다. 2018년 메이투안의 매출은 652억 위완 (약 12조 원)이나 영업적자는 110억 위안 (약 1.9조 원)이었다. 하지만 2019년에는 975억 위완 (약 18조 원) 매출에 27억 위안 (약 5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메이투안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주문량이 증가하면서 배달 네트워크 경영 효율성이 증대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메이투안의 시장점유율이 급증하면서 더 이상 무리한 할인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주요했습니다.
메이투안 사례에서 세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음식 배달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1등이 선두권을 지키면서 시장 내 사업자 간 균형점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메이투안이 6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져가자 2위 사업자인 Ele.me는 27% 수준으로 하락했고, 여기에서 균형점이 형성되었습니다.
이 균형점으로 가기 위해 투자와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메이투안은 디엔핑과 합병했고, 텐센트는 2014년 메이투안에 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습니다. 알리바바는 2018년 2위 사업자인 Ele.me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기업가치는 95억 달러(약 10조 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1등과 2등까지는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사업자가 시장을 다 차지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음식 배달 성숙 시장은 압도적인 1등 사업자와 2등 사업자 간 균형을 이루며 안정화된 상태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3등 미만의 사업자들은 1등, 2등 업체에 인수되거나 또는 합종연횡을 하면서 생존 게임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태국 음식 배달 시장에서 전략적 질문은 명확해집니다. 태국에서 그랩이 압도적 1위로 자리 잡았다면, 푸드판다와 라인맨 중 누가 2위 사업자가 되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일 것입니다.
코로나19로 태국의 음식 배달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딜리버리 히어로가 배달의 민족을 인수했고, 태국에서는 푸드판다로 공격적 마케팅을 하기 시작하며 2등 자리를 굳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8월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집회에 푸드판다 라이더 옷을 입은 인원을 해고한다는 내용이 푸드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되자,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앞서, 2021년 3월 라인맨은 라이더 수익을 62밧에서 50밧으로 낮추자 라이더들의 집단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랩이 선두에서 치고 나가는 가운데, 푸드판다와 라인맨은 성장통을 겪으며 27% 시장 점유율을 향한 2등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제 2등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도태될 것인가의 <헝거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