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AI를 받아들이는 세 가지 방식

금지 vs. 전면 도입 vs. 절충

by 경영로스팅

인공지능이 대학 교육을 바꾸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생성형 AI가 대학 교육의 교수법과 평가 기준까지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강의실은 지식 전달의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얼마나 AI에 의존했는지를 판별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

대학의 대응은 세 가지로 나뉜다. (1) 하나는 AI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손글씨 시험 등 전통적 평가로 되돌아가는 방식이다. (2) 다른 하나는 AI를 전면에 두고 강의와 커리큘럼 자체를 새롭게 짜는 전략이다. (3) 마지막은 AI를 도구로 인정하되, 사고 과정을 중심에 두는 절충형 시도다.

(1) 첫 번째 방식은 AI 사용을 금지한다. 표절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학생의 사고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케임브리지대, UC 버클리 등은 노트북 사용을 제한하고 손글씨 시험을 되살렸다. 하와이대의 한 교수는 “AI를 못 쓰게 하려면 펜을 쥐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2) 반대로, AI를 아예 전면에 두고 교육 과정을 재설계하는 학교도 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은 2024년부터 MBA 학생 모두에게 ChatGPT Edu 계정을 제공하고, AI 기반 의사결정 강의까지 만들었다. 롤린스칼리지는 컴퓨터 과제를 인터랙티브 스토리로 바꿔, 학생이 세계관과 구조를 직접 설계하도록 했다.

(3) 절충형 접근도 늘고 있다. 미국 뉴욕기술대는 창업 아이디어 발표 후, 실시간 질문으로 AI 의존도를 가늠한다. 어떤 교수는 에세이뿐 아니라, AI에 입력한 프롬프트도 함께 제출하게 한다. 학생들이 어떻게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AI 테크 기업들은 대학 교육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OpenAI는 대학 전용 버전인 ChatGPT Edu를 2024년 봄에 출시했고, Anthropic은 학생에게 직접 해답을 주기보다 힌트를 통해 사고를 유도하는 Claude 버전을 내놨다.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은 유럽 비즈니스스쿨들과 손잡고 ‘디지털 자율성’과 ‘기술 주권’을 내세우고 있다.

대학이 AI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그 자체로 교육 철학을 드러낸다. 어떤 학교는 정답을 요구하고, 어떤 학교는 질문을 설계하게 한다. 어떤 수업에서는 사고 과정을 중요시하고, 어떤 수업에서는 결과만 평가한다. 문제는 인공지능을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하게 할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AI 덕분에 복잡한 개념을 쉽게 이해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AI를 쓸수록 스스로 문제를 풀 의지가 약해졌다고 털어놓는 이들도 많다. 누군가는 AI를 ‘순간이동 장치’처럼 쓰고, 누군가는 ‘지도를 읽는 법’을 배우는 도구로 삼는다.

이 변화는 교육을 넘어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지금 대학에 다니는 이들은 AI와 함께 배우고 쓰는 첫 세대다. 이들은 질문보다 즉각적 응답에 익숙하고, 사람과의 소통보다 기계와의 대화를 더 편하게 여길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5년여 동안, 조직이 진지하게 던져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우리는 AI 퍼스트 세대와 어떻게 함께 일할 것인가?”

===

참고: “Chatbot in the classroom: how AI is reshaping higher education” from Financial Times

keyword
이전 22화AI가 만든 생산성 증가의 역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