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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Feb 11. 2023

밥 아이거의 디즈니 구출 작전

조직개편과 구조조정 계획, 그리고 투자자의 화답

2022년 11월, 디즈니 CEO로 복귀한 밥 아이거는 기대와 우려를 한꺼번에 받았습니다. 100년 역사를 지닌 디즈니가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희망 속에,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는 이사회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소송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디즈니가 지난 2월 8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실적과 2023년 계획은 이에 대한 밥 아이거 대표의 답변이었습니다. 그가 꺼내든 조직 개편과 비용 절감 계획, 그리고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은 4분기 실적은 밥 아이거의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넬슨 펠츠는 밥 아이거의 계획이 충분하다며 전쟁을 끝내겠다고 선언할 정도였습니다.


실적 발표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내용은 조직 개편 계획이었습니다. 기존에 분리되어 있었던 콘텐츠 제작 조직과 스트리밍 조직을 하나로 묶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분기 단위 1조 원 적자가 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콘텐츠 제작 조직과 함께 묶으면서 더 많은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목적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ESPN 사업을 자체 사업부로 분리시켰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ESPN 사업을 분사시키자고 요구하고 있었고, 디즈니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별도 사업부로 분리하며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차트 1]


나아가 대대적 비용절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인력의 4%인 7,000명을 해고하고 55억 달러 (약 6조 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22년 기준 스트리밍 사업의 적자 규모가 약 40억 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가 환영할만한 계획입니다. [차트 2]


2022년 4분기 실적도 시장 예측치를 뛰어넘었습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8% 증가한 235억 1000만 달러 (약 30조 원)로 시장 예측치인 233억 7000만 달러를 상회했습니다. 순익은 1년 전 11억 달러 (약 1.4조 원)에서 12억 8000만 (약 1.6조 원)으로 상승했습니다. 조정치를 감안한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1.06달러에서 0.99달러로 줄었지만, 시장 예측치였던 0.78달러보다 높았습니다. 디즈니+ 가입자 수도 1억 6,180만 명으로 전분기 대비 1% 감소했으나, 시장 예측치 1억 6,110만 명보다는 높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CEO 후보자를 찾는 것을 이사회의 최우선순위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나이키 이전 CEO였던 마크 파커를 새로운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하고, 이사회가 주축이 되어 CEO 후보를 공식적으로 찾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차트 3]


밥 아이거 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투자자가 가장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밝히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습니다.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스트리밍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별도 사업의 가치가 높은 ESPN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나아가 후임 CEO를 누구로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계획과 숫자로 화답했습니다.


일단 밥 아이거의 실적 발표는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디즈니의 발표에 넬슨 펠츠가 이끄는 트라이언 그룹은 “디즈니가 귀를 기울여 기쁘다”며 화답했기 때문입니다. 이사회 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캠페인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100년의 역사를 지닌 디즈니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9년 디즈니+가 론칭한 이후 약 100억 달러 (약 12조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스트리밍 사업의 분기 단위 적자 규모는 여전히 10억 달러 (약 1조 2천 억 원)에 이릅니다. 디즈니는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신규 제작을 줄이고 이미 검증된 스타워즈나 마블과 같은 프랜차이즈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것이 밝혔지만, 앞으로의 성과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대표로 복귀한 밥 아이거의 디즈니호가 새로운 100년을 성공적으로 열어갈지 흥미롭습니다.




[차트 1: 디즈니의 새로운 조직 구조]


[차트 2: 디즈니의 비용절감 계획]



[차트 3: 후임 CEO 탐색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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