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구독자수가 아니라 수익성을 제고할 때입니다.
디즈니가 5월 9일 장 마감 이후 2023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은 디즈니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고 평가한 듯합니다. 5월 9일 종가 102.18 달러가 5월 11일 기준 92.31 달러로 10%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충격은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자가 400만 명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1분기 말 기준, 총 1억 5,780만 명의 가입자로 전 분기의 1억 6,180만 대비 약 9.7% 감소했습니다. 가장 큰 하락 이유는 인도를 위주로 한 디즈니+ 핫스타로 2023년 1분기 구독자 수는 5,750만 명으로 직전 분기 5,290만 명 대비 8% 감소했습니다. 인도 구독자들은 인도 프리미어 크리켓 리그 중계권이 사라지자 대거 디즈니+ 핫스타 구독을 종료했습니다.
하지만 내실을 살펴보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할 부분이 더 많습니다.
먼저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시장의 스트리밍 사업 성장이 두드러집니다. 북미 시장 구독자수는 4천630만 명으로 직전 분기 대비 30만 (약 1%) 감소했으나 월평균 ARPU는 직전 분기 5.95 달러에서 7.14 달러로 무려 20%가 증가했습니다. 이는 저렴한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며 다른 패키지의 가격을 인상한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디즈니+ 핫스타를 제외한 글로벌 구독자수는 5천860만으로 직전 분기 대비 2%가 증가했고, 월평균 ARPU도 5.93 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6%가 성장했습니다.
디즈니+ 핫스타는 앞서 언급한 대로 구독자수가 8%나 줄었지만, 실질적인 월평균 ARPU는 0.59 달러 수준으로 타 글로벌 구독자의 ARPU 대비 10%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즉, 수익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구독자수를 어느 정도 지키거나 성장시킨 반면, 수익성이 낮은 지역은 오히려 디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만합니다.
결과적으로 스트리밍 사업의 2023년 1분기 매출은 55.1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1억 달러, 약 12% 성장했습니다. 2023년 1분기 매출 성장이 전년 대비 15.43억 달러이니 스트리밍 사업이 전체 매출 성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오프라인 테마파크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도 견고합니다. 1분기 매출은 1년 전 대비 17% 성장한 77.76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23% 성장한 21.66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현재 시점에 오프라인 활동 복귀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입니다.
디즈니의 1분기 실적은 매출과 수익성만 보자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켰습니다. 다만 디즈니+의 구독자수만 시장의 기대치가 충족되지 못한 것뿐입니다.
매출: 실적 218.1억 달러 (YoY 13%) vs 기대 217.9억 달러
EPS: 93 센트 (전년 대비 2.5배) vs. 기대 93 센트
디즈니+ 구독자: 1.578억 명 (YoY -2%) vs. 기대 1.632억 명
현재 디즈니는 충실하게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밥 아이거 전임 CEO가 복귀한 이후, 55억 달러의 비용 절감 계획 발표와 함께 7,000명 감원을 꾸준하게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1분기 실적으로 보면 적자 덩어리였던 스트리밍 사업의 적자를 1년 전과 비교하여 2.28억 달러를 절감했습니다. 그럼에도 1분기 스트리밍 사업의 적자가 6.59억 달러 (약 8,600억 원)에 달해 수익성 개선을 계속해야 하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디즈니의 더 큰 문제는 줄고 있는 스트리밍 구독자수가 아니라 쇠퇴하고 있는 전통 TV와 영화관 사업에 있습니다. 해당 사업의 1분기 매출은 66.2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가 감소했습니다. 스트리밍 사업의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6.11억 달러 증가하는 동안, 전통 TV와 영화관 사업에서 4.91억 달러 줄었습니다. 그나마 스트리밍 사업의 매출 증가로 전통 사업의 매출 감소분을 상쇄한 것입니다.
영업이익 감소가 문제인데, 전통 TV와 영화관 사업의 영업이익이 1년 전에 비해 무려 9.89억 달러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스트리밍 사업에서 6.59억 달러를 개선했으나 전통 TV와 영화관 사업에서 더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입니다.
1분기는 그래도 선방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할리우드 작가 파업이 시작되면서, 마블의 '블레이드'와 스타워즈 시리즈 '안도르'의 제작이 중단되었습니다. 작가 파업으로 론칭하는 작품수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TV, 영화관 매출뿐 아니리 스트리밍 사업의 구독자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다만, 이는 디즈니뿐 아니라 모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동시에 겪는 악재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는 스트리밍 사업 수익성 개선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훌루 사업 관련해서 매각 포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밥 아이거 대표가 입장을 바꾸어 디즈니+와 훌루를 원앱으로 합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기존 HBO MAX와 디스커버리 콘텐츠를 MAX라는 원앱으로 합치겠다는 구상과 맞물려 효율을 제고하는 전략입니다. 훌루는 1분기 구독자수가 4천820만 명으로 직전 분기 대비 20만 명이 늘어나는 등 미국 시장에서 꾸준하게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시너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관련 글: 디즈니, 훌루를 둘러싼 고민)
코로나 시기 고성장을 거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엔데믹과 경기침체를 정면으로 맞닥트리며 현재 시련의 계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쇠락하기 시작한 TV와 영화관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를 대처할 스트리밍 사업은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할리우드 작가 파업까지 겹치면서 단기간 내 성과 개선은 요원해 보입니다.
그래서 다소 성장을 포기하더라도 수익성에 집중하고 있는 디즈니의 전략은 현명해 보입니다. 구독자수를 내려놓는 대신 가격 인상과 함께 ARPU를 늘리고 실제 돈을 낼 충성 고객들에게 집중하면서 매출도 지키려는 노력을 병렬적으로 수행 중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허울뿐인 구독자수가 아니라 수익성 제고에 집중해야 할 때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