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맛없게 읽는 법

by 대한극장옆골목

언제부터인가 유튜브를 보다 보면 '쇼트(Shorts)'라는 베타서비스가 보인다.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틱톡'이 대박을 치자, 이에 맞서 만든 것이다. 인스타그램도 이에 질세라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땐 몰랐다. 인터넷이 빨라지면 우린 느긋해질 줄 알았다. 기술이 발전하면 우린 여유가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를 재촉하고, 우리는 호흡이 가빠진다. 어딘가에 계속 몰두하길 강요하니, 하나에 진득하니 집중하질 못한다. 시장은 수요의 호흡에 맞춰 짧은 콘텐츠를 만들고, 우리는 이를 쫓기듯 소비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이제 지루한 책을 굳이 읽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사진 찍어 올리는 책의 한 페이지를 본다. 다른 사람들이 밑줄 쳐 준 부분만을 읽는다. 길고 어려운 책도 문제없다. 꼭꼭 씹어서 핵심만 먹기 좋게 요약해 주니까. 사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인사이트를 찾는 것보다는. 같은 이야기를 주구장창 반복하면서 분량만 늘린 책을 끝까지 읽는 것보다는.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 핵심만 찾아 꿀떡 삼키면 되니까 말이다. 얼마나 효율적인가.


분명 효율적이다.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책을 읽으며 굳은 사고를 깨고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나가기 위해서는, 단 몇 문장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흐름과 논리의 전개를 따라,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갸우뚱하기도 하면서 내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모두 무시하고 결론만 따지는 것은, 음식의 맛, 향, 식감을 모두 무시하고, 영양소만을 섭취하기 위해 알약 하나를 먹는 것과 같다.


그 알약은 어떤 음식인지, 무슨 재료를 썼는지 알 수가 없다. 맛있게 먹을 줄도 모르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나에게 어떤 영양분을 주는가가 관건이다. 그렇게 우리의 소화 능력은 점점 퇴화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책이 어떤 소재인지, 어떤 논리인지도 알 수 없다. 누가 썼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깔끔하게 정리된 결론과 멋들어진 문장이 관건이다. 그렇게 우리는 긴 호흡의 책을 읽는 능력이 둔해진다. 그리고 흥미도 함께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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