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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일 May 19. 2021

용궁에 초대받은 개구리

장마가 끝나고, 연못에서 개구리들이 놀고 있을 때였다.

거대한 물기둥이 여러 개 일어나더니, 그 사이로 무지갯빛 생명체가 연못 위로 솟구쳤다.

개구리 한 마리가 외쳤다.  

<잉어다! 잉어야!>

연못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장마로 물난리가 났었는데, 인근 호수에 살던 잉어가 연못으로 넘어온 것이다. 

잉어는 입을 크게 벌리며, 도망치는 개구리들을 하나 둘,  꿀꺽 삼켰다.

다섯 마리 개구리가 연잎으로 도망쳤다.

연잎은 다섯 마리 개구리가 올라앉아도 좋을 만 큰 충분히 크고 넉넉했다. 

잉어는 연잎 위에 올라간 개구리들을 보지 못했다. 아직 도망을 못 간 개구리들이 많았다. 

보글. 보글.

물거품이 연잎 가장자리 위로 올랐다.

개구리들은 숨 죽이며 물거품을 쳐다봤다. 

물 위로 개구리 한 마리가 올라왔다.

<이보게 친구들. 내가 올라갈 곳 좀 있나?> 

그 개구리는 몹시 지쳐 보였다. 

연잎 위의 개구리들은 생각했다. 잉어의 입에서 탈출한 것일까? 만약, 잉어가 저 개구리를 잡아먹으려다가 실패했다면, 배가 아직 고플 수도 있어. 안된 일이지만, 내가 살려면 저 개구리가 희생되어야 해. 

개구리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미안한데. 연잎엔 올라올 수 없어.>

개구리들이 단호하게 말했다.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가 연잎 위로 퍼졌다.

물 위에 개구리는 눈만 껌뻑였다. 아직 물아래는 잉어가 돌아다녔다.

<실은 여기가 더 좋아.>

물 위에 개구리가 외쳤다.

<왜?>

개구리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사실은 잉어는 용궁에서 온 사자(使者)야. 잉어는 용왕님의 부름을 받고 잔치에 데려갈 개구리들을 데리러 온 거였어. 그런데 잉어 입이 너무 작아서 내가 들어갈 공간이 없는 거야. 난 좀 더 기다렸다가 타야 해.>

개구리들이 연잎 가운데에 모여서 속닥였다.

<저 말, 사실일까?>

<글쎄.>
<생각해보니 잉어가 무지개 빛인 게 예사롭지 않아.>

<듣고 보니, 잉어가 수면을 꼬리로 찰싹 때릴 때 용궁의 풍악 소리가 들렸어.>

<정말?>

개구리들은 용궁의 모습을 떠올렸다. 일만 개의 귀한 음식과 오색 두꺼비가 춤을 추고, 궁중 악사가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아름다운 개구리 총각과 아가씨가 비단 방석에 앉아 그들을 향해 개굴개굴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때 마침, 물기둥이 치솟았다. 

무지개 빛 잉어가 찬란하게 빛나며 솟구쳤다. 

개구리들이 잉어의 입을 향해 뛰어들었다. 개구리들의 얼굴은 행복했다.

풍덩. 풍덩. 풍덩. 풍덩. 풍덩. 

잉어는 청소기로 빨아들이듯 개구리 다섯 마리를 차례로 삼켰다. 그리고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물 위의 개구리는 연잎으로 올라왔다. 바람이 불어 개구리를 태운 연잎을 물가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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