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회복

by 별가사리

'추운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봄'이라는 식상한 문장을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 딱 어울리는 말이 또 없다는 게 문제다. 따뜻한 패딩을 슬슬 내려놓고 싶고, 온화한 날씨를 체감하니 정말 2025년이 시작하는 것 같은 이상한 위기감도 느껴진다.


사실 지난해까지 '회복'에 집중한 한 해를 보냈다. 예상치 못한 위기와 상실감을 느꼈던 2023년. 해리포터가 볼트모트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2023년'을 머릿속에서 기억하기도, 입 밖에 내기도 싫을 만큼 힘들고 끔찍했다. "다들 그런 해 있으시죠?"라고 묻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힘들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정상이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내 평생 노동으로 그 값을 지불한다고 해도 전혀 후회가 없을 만큼. 하지만 시간을 돌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미 벌어진 일을 없는 것으로 되돌리기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회복은 무엇일까" 궁금했고 찾아보니 여러 가지 관점이 존재했다.


-질병 이전 상태로 돌아옴

-회복은 완치 혹은 증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회복은 전문가 혹은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것이 아님


그러다가 정말 핵심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회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연결되면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


흔히 큰 좌절을 경험하면 자신만의 동굴에 들어가게 된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고 괜찮은 척하기도 싫다. 그럴 힘도 없거니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데 들일 에너지도 없기 때문이다. 나 또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새로운 만남을 거부했고 이 고통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도 사치스럽다고 느꼈다. 내 자신감은 온 데 간 데 없고 정체성도 사라졌다. 나는 그야말로 눈 뜬 시체였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고 생각한 건 '완전한 회복'은 존재하지 않으며 회복에 집착하는 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다시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서면서 작은 성취를 경험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을 만들어준다고 느꼈다.


차가운 바닥을 짚고 일어나는 건 힘들지만 한번 일어서기만 하면 다시 걷는 건 어쩌면 생각보다 빠르게 가능할 수 있다. 남의 속도보다 내 속도에 집중하면서 일상의 회복을 이뤄낸다면 그보다 값진 경험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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