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딸에게

by 한별

결혼을 하고 10년이 지나도록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


늘 일에 쫓기며

일을 최우선으로 살아온 나에게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나는 나를 중심으로 살아왔고,

‘아이를 갖는다’는 생각 앞에서

늘 자신이 없었다.


내 삶은 늘 치열했고,

매일 최선을 다해야만 유지되는 삶이라고 느꼈다.


나 하나를 감당하는 것도 이렇게 버거운데,

‘내가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늘 함께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결혼 초 아이를 원했던 남편의 마음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사라져 갔다.


나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중요했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빠가 떠난 지 5년,

결혼한 지 10년이 되었을 때,

나에게 한 생명이 찾아왔다.


예쁜 딸이었다.


그 아이를 마주하며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마음이

깊이 느껴졌다.


그동안

나를 중심으로 살아왔던 삶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만드신 질서대로 살아보려

조금씩 애써왔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 시간 속에서 하나님은

내 마음에

‘자녀를 향한 마음’을

조금씩 불어넣어 주셨다.


그리고 마침내

그 마음 위에

생명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나는 임신을 알게 된 순간,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리고 성경 필사를 시작했다.


하나님을 더 알고 싶었고,

하나님의 뜻대로

이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다는

나의 작은 고백이었다.


임신 기간 동안

아이는 큰 어려움 없이 잘 자라주었고,

주일 새벽, 진통이 시작된 후

병원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는 씩씩하게 세상에 나왔다.


그 모든 과정을 지나며

내 마음에 계속 남았던 생각은 하나였다.


“정말 내가 한 것이 없다.”


모든 순간마다

하나님이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고,

함께하셨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그 아이는

나와 함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기도하게 된다.


이 아이가

나의 자랑이 되지 않게 하시고,

엄마의 하나님이 아니라

자신의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게 하시고,

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배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나는 어린 시절

아빠를 따라 교회를 다녔지만,

정작 하나님을 알지 못한 채

멀어졌던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더 분명히 안다.


나의 열심과

나의 믿음이

이 아이의 믿음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는 말씀을 붙잡고,

이 아이를 이끄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신뢰하며

오늘도 작은 손을 잡고

함께 교회로 향한다.


그리고 엄마인 나는

이 아이의 믿음 위에

하나님의 은혜가 머물기를

기도할 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마 아빠도

이런 마음이었겠지.


하나님 나라를 향한 기도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내 삶을 통해 알기에,


오늘도 나는

나의 때가 아닌

주님의 때를

조용히 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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