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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밍 Jul 23. 2022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좋아


전시나 여행을 가면 나는 엽서를 사서 모은다. 우리집 거실에는 대학생  <델피르와 친구들>전에서 샀던 엽서 한장이 붙어있다. 사진이 주는 평화로운 느낌이 좋아서 붙여둔 건데, 우리 회장님도  사진을  좋아해서 자주 만지작 거린다.  엽서를 살때는  딸과 함께 보게 될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는데 인생이란   신기한 일이다.


회장님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계획적으로 살았다. 적당한 나이에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아기를 낳고나서부터는 계획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저 인생이라는 바람이 그동안 나와 같은 방향으로 불고 있었을 뿐.


아기를 낳고 나서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했다. 분유를 이 정도는 먹어야 하는데, 잠은 이 정도는 자야 하는데, 이런 생각들이 머리 속에 있으니 계획과 현실을 자꾸 비교하며 괴로워했다. 그러나 애초에 아기에게 계획이라는 게 적용될 수가 없다. 그건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 사실을 깨닫고 인생이 가져다주는 무질서와 우연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으니 훨씬 행복해졌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좋다. 인생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줄 수 있다. 딸과 함께 이 사진을 들여다 보는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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