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병꽃나무
무덤가 옆 외따로이 나무 한그루 서있습니다
병 깊은 그가 떠난 뒤
나무가 되어 돌아온 기별
인사도 없이 서둘러 갔지만
꽃잎은 남겨진 자들에 대한 배려처럼
붉습니다
일 년이면 다시 일어설 거라던 약속이
손가락 걸 듯 가지에 곱뜨려진 것일까요
입술 깨물며 눈물 삼키던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던 눈빛,
나무마다 일일이 열려있습니다
지난 봄 당신이 손질해준 가지에
향기가 자라나고 있습니다
꽃 진 자리가 꽃인 양
꽃자루 붉게 차오를 때면
당신 잇몸인 듯싶어
유월도 구름 드러내고 웃어줍니다
병이 꽃이 되었으니
당신이 오신 줄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