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잘 찍는 남편

by 피츠로이 Fitzroy

혹시나 누군가 내게 같이 평생 살고 싶은 남자의 조건을 하나 말해보라고 한다면, 사진을 잘 찍어주는 남자라고 말하겠다. ‘잘’ 이란 ‘자주’의 의미와 ‘예쁘게’의 의미 모두 포함이다. 일단 이번 생은 실패다.
관광지에서 여기 서 봐, 저기 서 봐, 하며 착착 사진을 찍어내는 남의 남편을 바라보며 사진 한 장만 찍고 가면 안돼?라고 말하기 전엔 핸드폰도 꺼내지 않는 유야가 미워졌다.
나는 슬슬 눈치를 보다 겨우 타이밍을 봐서 사진 한 장만 찍어줄래 말한다. 싫다고 할까 봐 가슴 졸이며 그의 표정을 살핀다. 그래,라고 말해주면 감격하며 지체 않고 얼른 뛰어가서 포즈를 잡는다. 꾸물거리면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짜증이 날아오기도 하니까.
와아 진짜 치사하고 더러워서 어쩔 땐 그냥 셀카나 찍고 말지 싶다가도, 어떤 풍경과 장소에서는 꼭 전신사진 하나를 얻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얻는 사진 중 열에 일곱은 마음에 안 든다. 그나마 사 년 동안 훈련시켜서 얻은 성과가 이 정도지 처음엔 다 몹쓸 그리고 못 쓸 사진이었다.

갑자기 떠오른 것은 우리 아빠다. 우리 아빠는 사진을 아주 많이 찍어줬다. 와, 사람 질릴 만큼. 그러니까 어떤 거냐면 안 찍고 싶은데도 여기 서라, 저기 서라 주문하고, 한 발짝 뒤로 가라 2미터(어느 정돈지 알기 어려움) 앞으로 가라 어려운 주문을 하면서 사람을 귀찮게 한다. 똑같은 배경의 똑같은 사람을 찍은 것 같은 게 다섯 장씩 나온다. 아, 세로와 가로의 다양성은 있다. 예전엔 필름 카메라이기 때문에 현상을 해오면 한숨이 푹푹 나왔다. 아, 필름 아까워.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나의 입학식과 졸업식에 꾸준히 찾아와 프로 사진가처럼 혹은 파파라치처럼, 숨어서 혹은 대놓고, 나를 무지막지 무수히 찍어대는 게 우리 아빠였다. 어느 날 계속 내 옆에 있던 친구가 불안한 눈동자로 말했다. “저 이상한 아저씨 누구지, 우리 계속 쫓아다니며 사진 찍는데.”
아빠는 분명 본인이 사진을 매우 잘 찍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부정은 하지 않겠다. 나는 매우 반대인 사람을 가장 가까운 곁에 두고 보고 있으니.
아빠는 예전처럼 사진기를 자주 바꾸지도, ‘사진 잘 찍는 법’ 같은 제목의 책을 사오지도 않는다. 아빠가 내 사진을 마지막으로 찍어준 게 언제 인지는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한 번도 고맙게 생각한 적이 없고, 고맙다고 이야기해 준 적도 없는 것 같다.
어제 오늘 유야가 찍어준 사진을 잘 검토해보고 잘 찍은 건 크게 칭찬해줘야겠다. 기분 좋아서 앞으론 좀 더 많이 찍어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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