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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영 Sep 05. 2023

자전적 성장소설을 펼쳐내며...

성장소설 <낭만 10세>

어른들 사는 모양새가 참 멋대가리 없어 보였습니다.        


“으른들은 왜 그럴까? 맨날 화난 사람들 같아.”

“몰라서 묻니? 사는 게 힘들대잖아. 울 아빤 맨날 먹고살기 X나게 힘들대.”

“울 엄만 남편 복 없는 년이 자식 복도 없어서 지지리 고생이래...”

“난 내가 젤루 고생하는 것 같아. 허구헌날 부부싸움하는 집에서

엄마가 아니라 하필 아빠를 닮아서, 디지게 힘들어.”

“울 할머니는 내가 엄마 닮았다고 구박하는데?”

“그래도 너네 할머닌 혁대로 때리진 않잖아. 니들도 알지? 울아부지 완전 깡패잖아.”

“그니까 나처럼 아빠 없는 게 장땡이다.”

우하하 호호호 깔깔 낄낄--     


우린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목젖이 보이도록 웃었습니다.

지금 보니 그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눈물 날 사연이었는데요.

가난한 시장통 아이들은 참 잘 떠들었고 잘 웃었습니다.

지난밤의 슬프고 무서운 순간들도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스르르 풀어지고 옅어지고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아이들은 가족 틈새에서 살아내는 저마다의 분투기를 토로했지만

그 누구도 진심으로 가족을 미워하진 않았습니다.     

배가 쉽게 허룩해져 꼬르륵 소리가 수시로 울려대서 힘들었지만

우리의 목청은 우렁찼고 몸짓은 날랬습니다.

어린 세계를 짓밟는 주먹과 완장 앞에서는

오히려 더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고요.

나눠먹을 눈깔사탕 하나 없는 신세였지만

우리의 의리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나이 어린아이는 나이 많은 아이의 손을 잡고 따라다녔습니다.

마음폭이 넓은 아이는 마음폭이 좁은 친구를 용납해 주었습니다.

우리 사이에 왕따 따윈 없었습니다,

다 같이 똘똘 뭉쳐야 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연줄이고 뒷배였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나 영어학원, 피씨방도 없던 시절,

사람이 관심의 전부가 되는 세상.

서로의 존재 자체가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삶.

아이로서 그런 세상과 삶을 맘껏 누린 덕분에 우리에겐 힘이 있었습니다.

가장 연약해 보이는 낭만과 희망에서 다져진 힘이요.     


그 힘을 되찾고자, 1977년에 열 살 인생을 살았던

초아를 불러냈습니다. 초아의 가족들, 친구들도 소환했고요.

새파란 땅바닥에 그들의 이야기,

아니죠, 나의 열 살 무렵 인생스토리를

펼치려 합니다.


들어볼 만한 지, 읽어볼 만한 지는 잘 모르겠는데

자꾸 욕심이 생기네요.  

아이로 살면서 누렸던 생기와 힘을 되찾고픈 어른들,

갱년기와 중년 고개를 넘어가느라 허덕이는 나와 같은 이들,

각자도생만을 남발하는 공권력에 조종당하기 싫은 이웃들,

성과와 성공에 목숨 걸고 달리다가 감히 멈춰 선 어른들의

귓가에 초아의 노래가 날아가 닿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요.      


고맙습니다.     



                                                                             ___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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