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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영 Jun 19. 2023

 오늘은 무작정...

막 쓰기로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시간 4

반가운 오늘님, 어서 오세요!

날마다 만나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요. 어? 날...마다?

'날마다'라고 말하고 나니 문득 떠오르는 짧은 문장이 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실래요?


운문선사가 이르기를
"15일 이전에 대해서는 그대들에게 묻지 않겠다.
그럼 15일 이후에 대해서 한 마디 말해보라."
대중이 아무 말도 못 하자 선사가 스스로 답을 한다.
"날마다 좋은 날이니라."


무슨 선문답 같은 얘기냐고요?

알고 계셨군요? 선문답 맞죠. 불교 선종에서 읽히는 [벽암록] 속 문답 한 토막이니까요.

네, 깨달음으로 이끄는 화두話頭 혹은 공안公案 을 담았다는 [벽암록] 말입니다.


오늘님처럼 날마다 글을 쓰시는 분이라면 척! 보고 그 의미를 착! 알아차리시겠지만 굳이 들여다보자면, 운문선사가 법문을 하던 날이 바로 15일이라 합니다. 그럼 위 인용문 속 '15일'은 선사와 대중이 현존하는 '바로 오늘, 바로 지금'을 뜻하는 것이겠죠. 제가 늘 쓰는 '시방'이네요.


그럼 15일 이전, 즉 지금 이전은?

과거! 

아하? 선사는 과거에 대해선 묻지 않겠다는 겁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가게 두어라! 중요한 건, 바로 지금이 좋지 아니한가? 그대가 살아있는 지금이 바로 좋은 날이다. 그러니 그대여, 살아 있으라! 정신을 깨우고 몸을 일으켜서 살아 있으라! 그러면 날마다 좋은 날이지 않겠나...  뭐...그런 뜻인 것 같습니다.    


물론 "날마다 좋은 날!" 입으로 외친다고 해서 바로 깨우치고, 또 깨우쳤다고 해서 그대로 살 수 있는 건 아니죠. 말이라도 자꾸 하다 보면 생각도 조금씩 움직여주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래서? 오늘의 첫 글쓰기의 시작 단어는 '오늘은'입니다.

'오늘은' 

이라고 써보세요. 그리고 뒤따라 오는 말은 무엇이든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오만 가지 생각들이 왔다 갔다 할 거예요. 그러니 일단 손을 움직여 보세요. 머리로 고민하면서 쓰는 글은 차차 쓰실 거니까, 일단은 막 써재낍니다.

'이런 걸 써도 될까? 이렇게 쓰면 안 될 것 같아. 가만, 맞춤법이 이게 맞나?'

그런 생각들일랑 휘리릭 던져버리기로 했죠?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야죠. 스스로 검열하거나 편집하지 마시고요. 아, 기왕이면 타이머를 7~8분 정도로 맞춰놓고 시작하시겠어요? .  

오늘님에게 8분이란 부족한가요? 충분한가요? 오늘님의 '오늘은'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무척 궁금하네요. 

빠르게 흘러가는 의식을 따라잡느라 손끝을 쉼 없이 움직이셨다면 좋지만, 그렇지 못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됩니다.

글 쓰는 이의 인생 스토리 혹은 현재의 고민에 따라, 어떤 때는 글이 쭉쭉 써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도무지 길이 꽉 막혀서는 단 한 문장도 완성할 수 없을 수 있으니까요. 또 특정 단어만 나오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도 있고요. 그날의 멘탈 상태에 따라서도 글발이 좌우되곤 합니다.

제 경우를 봐도 그렇네요.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거나 뭔가를 자꾸 꾸미고 덧붙이려 할 때면 어김없이 글발이 척박해지곤 하거든요.  

아무튼 날마다 쓰고 쓰고, 써 나아가는 중에 글쓰기에 힘이 붙을 거고요, 그러면 점차로 우리의 컨디션에 덜 좌우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젠 글의 시작 단어를 이렇게 바꿔볼게요.

'오늘은 무작정'

조금 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써질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글발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생각을 고정시키지 마세요. 풀어서 막 돌아다니게 두시고요. 그럼 막 쓰기, 출발해 볼까요? 시간은 7분~10분 정도로요.

띠띠띠~ 알람 소리를 잘 들으셨나요? 1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네? 너무 길어서 지루하게 느껴지셨다고요? 네, 너~무 짧을 수도 너~무 길 수도 있다고 했죠. 전혀 문제 될 게 없지요. 쓰시기만 하면 됩니다. 말이 되든 안 되든, 그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겨우 4회차니까요. 오늘님이 오늘님한테만 집중하는 시간이요. 

오늘님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뭘 얘기하고 싶었는지, 뭘 감추고 싶어 하는지 알아가시는 시간이요. 오늘님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밖으로 꺼내서 정확하게 문자로 바꿔내는 시간이요.


네? 그러면 더 집중해보고 싶으시다고요? 와우,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한 발 더 나아가 볼까요?

'오늘은 무작정 떠나고 싶다' 

라고 써보세요. 자, 오늘의 마지막 막 쓰기, 시작! 

땡땡땡! 오늘님, 참 애쓰셨습니다.


'오늘은'에서 '오늘은 무작정'으로,

'오늘은 무작정'에서 '오늘은 무작정 떠나고 싶다'로

우리의 글쓰기 시작 단어가 변형과 확장을 거쳤습니다.

어떤가요? 오늘님의 글들도 시작 단어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던가요? 아니면 그대로인가요?


그나저나... 오늘님은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돈, 시간, 건강 다 된다는 전제 하에서요.


네? 어디요?... 갑자기 대답이 빨라졌네요? 그렇죠,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으실 겁니다.

네? 그게 아니라고요? ...  

아하, 남이 해주는 밥 먹는 곳, 배우자 없이 친구들하고만 가는 여행,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이면 다 좋고요, 멀리 가는 것도 너무 피곤하고 그냥 서울에서 호캉스라도...


가만, 오늘님이 생각하는 최고의 여행은 무엇일까요? 궁금해지네요.

내일 만나서 여행 얘기 좀 더 할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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