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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이는 마음

by 끼리

우리 집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한 주택의 지붕이 내려다 보인다. 해가 잘 드는 날이면 따뜻하게 데워진 기와지붕 위로 한 녀석이 햇빛을 쬐기 위해 어김없이 나타난다. 어제도 잠깐 해가 떴을 때 왔다가 금세

사라졌다. 오늘 아침에는 눈 예보가 있었고, 지붕이 젖어있길래 안 오겠구나 했는데, 낮이 되고 날씨가 맑아지면서 환기시킬 겸 창문을 여는데 그 녀석이 때맞춰 올라와있었다.


난 추이를 보낸 후로 길에서 지내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눈길이 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을 도와주거나 구조하거나 더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못한다. 끊임없는 돌봄과 책임감을 가진다는 건 쉽지 않고 그 끝이 조금 두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같은 자리에 얼굴을 비춰주는 녀석을 보고 안도하기도 한다. 잘 버텨내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볕이 잘 드는 날씨가 자주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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