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이후로 두 번째 회식날이다. 다행히 독감은 나았고 그동안 못 마신 술을 원 없이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직장의 특성상 보통 직장동료들과 퇴근 후 간단하게 한 잔 하면서 상사 뒷담화를 하기도 회사의 부조리한 점을 토론하며 이래저래 스트레스 풀 그런 자리도 없기 때문에 단란하게 대표님과 원장님 그리고 나와 내 동료의 이 시간이 반갑기도 즐겁기도 하다. (참석 안 한, 다른 직원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날이 더 많다)
감사하게도 늘 좋은 점을 칭찬해 주시고 고마운 점을 주저 없이 표현해 주시기도, 내 능력에 비해 앞으로의 미래를 같이 그려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는 것도 묵직하게 마음속에 파고든다.
물론 일하면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돌이켜보면 그 불만은 모두 조금 더 업무적으로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한 고민이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결과를 떠나 ‘일을 열심히 하고는 있다’에 가까울 것 같다
회식 전 면담 때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셨다
분명 좋은 얘기였는데 술 한잔 걸치고 글을 쓰니 정확한 워딩이 생각나지 않지만, 업무의 능력정도를 3단계로 나누었을 때 시키는 일을 잘 수행하는 것도 일을 잘하는 것이지만 그다음단계로의 성장은 ‘왜’라는 궁금증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 마음에 화살 하나가 날아와 쿡 박혔다. 그동안 이전 직장과 직업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정착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왜’ 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 거라 응원, 기대를 해주시니 선뜻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과 능력이 있는 건지 난감했다.
그렇지만, 나를 향한 ‘넌 충분히 할 수 있어’라는 무언의 눈빛은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기게 하기도 한다.
이미 20대 때 업무의 장을 여러 번 맡았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다. 일을 대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지만, 더 큰 방향까지 보는 시야는 오락가락 하지만 조금은 넓어졌고 수동적인 것만 선호하던 나는 능동적일 때도 있다. 좋은 신호라고 봐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어쩌면 나도?’라는 아주 작은 불씨가 일었다
인생 처음 마셔본 사케, 봉초밥, 좋아하는 브랜드의 생맥주까지 모든 게 좋았던 회식과 함께 1월의 마무리를 하게 되어 다행이다. 새로운 2월을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