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쯤 느지막이 일어났다. 부엌에서 남편이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깨어난 것도 있다. 일어나기만 하면 배가 고픈 남편은 이상하게 주말아침은 꼭 뭐라도 먹는다.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나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좀 더 뒹굴거렸다.
사부작 거리며 만든 또띠아토스트? 를 한쪽씩 나눠먹고 대충 모자를 눌러쓴 채 명절에 드릴 용돈도 인출할 겸 후식으로 커피도 사 올 겸 밖으로 같이 나섰다. 어제도 별로 안 춥다 느꼈는데 오늘도 그렇게 춥지가 않아 걸을 만한 날씨였다
주말의 대화 관심사는 늘 뭐 먹을까 인지라, 가게를 지나칠 때마다 점심에 저거 해서 먹을까, 저녁 이거 어때로 토크에 토크를 더 한다. 난 요즘 이상하게 딱히 먹고 싶은 게 없는데 식욕이 오른 그는 사실 마음속에 먹고 싶은 메뉴가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계획으로는 지금 산 커피를 떡과 간식으로 먹고, 점심은 우동에 만두, 저녁은 고사리와 구운 삼겹살과 망향 st의 국수랑 먹자고 했다
안타깝게도 떡을 많이 먹는 바람에 점심은 패스하고, 저녁메뉴에 올인. 계획 그대로 실현했다
간식을 먹는 동안에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먹는 동안에 일하고 회식하느라 못 본 토요일 예능을 모두 섭렵한다. 남편과 나의 최애 프로그램인 놀라운 토요일, 업로드되면 꼭 챙겨보는 핑계고. 다 보고 나면 너무 늦게 하는 금요일 나 혼자 산다까지. 티비 보기 바쁜 휴일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렇게 보냈는데도 8시도 안 된 시간에 놀라 고심하게 된다. 배는 엄청 부르고 나른한데 입이 심심해서 간식이 생각나는 그런 시간이다. 그러다가 밀린 집안 정리도 하고 나가서 뭐 사 올까, 시켜 먹을까 하는 사이에 시간은 흐르고 10시 반, 11시 자정을 향해간다. 아쉽지만 이제는 늦었다. 아마 남편이 내일 출근하지만 않았다면 둘 다 으쌰으쌰 해서 간식타임을 가졌을 텐데 나만 여유 있는 시간이라 아쉽다.
그럼에도 괜찮다. 내일의 시간은 오고 여유로우니.
오늘 굳이 다 하지 않아도 된다. 부적처럼 찰떡인 오늘의 달력도 말해주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