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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하자

by 끼리

잡생각은 생각보다 길게 잔상이 남는다. 오전시간은 드라마를 보며 멀뚱멀뚱 보내다가 안 되겠다 싶어 정리를 시작했다. 겨울 내내 내 마음을 따숩게 했던 트리부터 정리를 시작한다. 만들 때도 애 먹던 전구감기는 다시 풀어서 통에 넣는 것도 상당한 일이었다. 전구를 정리하고, 장식도 떼고, 가지도 다시 오므려 가방에 차곡차곡 넣는다. 말이 접었다지 욱여넣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트리 가방을 창고에 넣으려고 하니 몇 달 전부터 버리려고 정리해 둔 옷 가방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선 이것들부터 밖으로 꺼내고 창고 안에 버릴 것들도 다 끄집어낸다. 어디에 기부하네 마네 했던 옷들은 기약 없이 또 방치될 것이 뻔하여 종량제봉투에 담아 처리하기로 한다. 안 쓰는 커튼은 수거함에 넣고 옷들은 버린다. 종량제 봉투로 4개나 나왔다.


쓰레기 버리는 김에 저녁 바람을 쐬어보니 언제 이렇게 날씨가 추워진 건지 모르게 바람이 상당하다. 낮에는 햇빛에 속아 집에 있을 때는 이 정도로 추운지는 몰랐는데, 바람 몇 번에 정신이 확 들었다. 조그맣게 동네를 살짝 걷고 들어오니 한결 나아졌다. 자연처방을 받은 셈 쳐야겠다.


거실 트리가 있던 자리가 탁 트이니 속도 좀 뚫리는 것 같고 이래저래 마음이 답답할 때는 역시 정리만 한 것이 없다. 물건도 생각도 마음도 꽉 찼을 때는 한 번씩 정리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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