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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선물 받았다

by 끼리

클래스에 참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평소 직장에서 꽃을 담당해 주시는 작가님의 초대였다. 동료와 퇴근 후에 작가님의 작업실에 커피 한 잔씩 사서 도착, 작업실 내부는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차분한 음악소리도 좋았고 잔잔하게 스미는 풀내음도 느껴졌다. 우리 집이 이렇게 꾸며졌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공간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시작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오늘 꽃에 대한 설명과 함께 평소 꽃을 고르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셨다.


꽃을 자주 사지도, 선물을 받지도 않지만 떠올려보면 개인적으로 포인트 되는 꽃보다는 안개꽃 같은 들꽃 느낌의 잔잔한 꽃을 좋아한다. 오늘 수업 중의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라는 꽃이다. 적당히 너풀거리며 쨍하지 않은 블라우스 같은 꽃처럼 느껴졌다. 화병으로 쓸 병을 마음에 드는 걸로 하나씩 고르고 작가님의 작업 시연을 본 후 각자 실습해 볼 시간이 되었다.


지지대와 가이드가 될 라인부터 안쪽으로 차근차근,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막상 내 손으로 하나씩 완성하려니 이게 맞나 하는 머뭇거림의 연속이었다. 느껴지는 그대로 나의 개성에 맞게 하면 되는데, 첫 수업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역시나 나를 가로막았다. 그동안 내가 이렇게까지 꽃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자세히 들여다보고 방향도 돌려가며 그야말로 꽃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제법 마음에 들게 완성된 작품. 작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거창하지만 수업의 결과물은 분명하다. 비록 작가님의 손길에 많이 다듬어졌지만. 적당히 볼륨감 있고, 여유 있게 늘어진 느낌을 원했는데 나의 의도가 그래도 잘 나타난 것 같다


두 시간 남짓 수업에 참여해 보니, 각각의 속성을 아는 것이 꽃에서도 중요한데, 사람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옆 줄기와 아래의 꽃과도 조화를 이루고, 꽃의 형태나 색감에 따라 변형을 주거나 줄기도 다르게 잘라주는 것, 또는 그 꽃 자체만으로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것. 나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나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형태일 때 더 돋보이고 잘 나타낼 수 있는지, 나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말이다.


아주 오랜만에 어려웠지만 집중과 마음 정화의 시간을 보냈다. 아니 봄을 선물 받고 온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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