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평소에 가보려고 저장해 둔 빵집으로 정했다. 가디건만 걸쳐도 걸어 다닐만한 날씨가 한몫했고, 아침부터 먹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기도 했었다. 출발하면서 미리 포장 주문을 해두고 15분 가까이 걸어 도착했다. 든든한 빵 봉투를 받아 들고, 돌아오는 길에도 날씨 좋을 때 자주 들리던 카페에서 커피 한 잔도 사 왔다. 다시 15분 남짓 걸어 복귀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 입 딱 베어 물었는데, 음 생각한 맛도 식감도 아니었다. 기름지고 빵이랑 속재료가 어우러지지 못한 느낌이랄까. 배는 채워야 하니 먹는 둥 마는 둥 때웠다. 좋아하는 커피라도 사 왔으니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근데 이상하게도 맛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왕복 삼십 분을 오로지 왔다 갔다 하는데 쓴 것에는 전혀 아쉬움이 없었다. 아마도 날씨 덕분, 혹은 오늘은 월급날이라 그런 듯하다.
좋지 않아도 그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