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를 떼고 싶은 어른이의 이야기
그때에는 일어나 있을까? 걷고 있을까?
어릴 때 다른 또래들이 전부 걸음마를 시작할 때 그때까지도 난 배를 땅에 대고 퍼질러 엎어져서 기어 다녔다고 해. 걸음마 시기를 꽈악 채운 15개월 쯔음 난 엄마 아빠가 보지도 못한 새에 벌떡 일어났다더라.
내 인생의 모든 일이 대충 그랬던 거 같아. 왜 이렇게 뒤처지지. 왜 이렇게 느리지, 남들은 이미 일어나서 걷고 있는데.
그렇지만, 걸음마 시기를 꽈악 채우고 나면, 어느새 일어나 있더라고.
내 삶의 변화는 너무 느리게 일어나서, 마치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아. 오늘이 내일 같고, 그다음 날도, 다다음날도……. 어릴 때엔 내가 커 가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 내가 커간다는 생각을 못했어. 그래서 어느 날엔가 옷을 집어 들고는 겁에 질렸지.
엄마, 옷이 작아졌어.
내 성장은 아마 그렇게 일어나나 봐. 드라마틱한 한방은 없지만, 은근하게. 아주 꾸준하게. 나도 미처 알아채지 못하게.
아직은 엎드려 있는 단계인 것 같아. 그래도 초조하거나 애태우지 않을래. 그때쯤이면, 아니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일어나 있을 테니까. 일어나서 걷고 있을 테니까.
그때는
작아진 옷을 보며 겁에 질리는 대신에 웃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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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 무렵의 내가 32살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