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
언니,
세상이 온통 삶과 죽음으로 범벅되어 있어.
눈을 조금만 돌리면 죽음이 보여
무서운 것은
그럼에도 그럭저럭 살아갈만하다는 거야
그러니까 죽음의 옆에는 삶이 있어
삶의 옆에는 죽음이 있어
언니,
지난번 내 꿈에 환한 얼굴을 하고 나타나셨던 분이
오늘 돌아가셨어
두시 사십 분쯤에 원래 존재했던 하늘로 돌아가
안기셨대
나는 그 시간쯤 진득한 잠을 자고 있었어
삶이 버거워서 자꾸 죽음 같은 잠을 자고 있었어
위태로운 시간인 줄 알았다면
그분을 위해 더 기도할걸
생으로부터 도망치는 잠을 자는 대신에
나의 생을 나눠줄걸
나와 크게 관련되지도 않았던 그는
신기하게도 내게 기적을 기도하게 했거든
내 생에도 바란 적 없던 기적을
그분의 생을 위해 기도하곤 했거든
그분은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셨던 분이었어.
늘 아이들의 순한 얼굴을 바라보고
남편의 선한 얼굴을 사랑하고
자신도 환한 얼굴을 하고서는
그래서 그분에게 죽음을 이기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했나 봐
언제나 삶이 버거워 도망 다녔던 나랑 다르게
온몸으로 삶을 사랑하셨으니까
그래도
나는 이제 그분이 포근한 집으로 돌아가
힘은 조금 없어도 환한 얼굴로 웃고 있을 것 같아
죽음 속에서도 삶을 지닌 채
내 꿈속에 나왔던 그때처럼
그 어디에 있든 포근한 집에 있는 듯이 환하게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