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상점 : 나의 공간 시작하기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 이와 관련된 글을 쓸까 하다가 상점 인테리어 비용 관련된 질문들을 많이 받아 이번 기회에 간단히 정리하려 합니다.
예비 창업자분들을 만나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인테리어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이다.
개인적으로 인테리어 비용의 기준은 창업자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위와 같이 물어보는 상황이라면 조금더 고민하고 창업을 시작하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
최소한 내가 창업하려는 아이템이 무엇이고 어떻게 가게 매출을 낼 것이며 운영 및 유지/보수 기간을 포함한 전체 창업 과정에 어떤 일들이 발생할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난 이후에, 창업과정 전체에서 어느 정도 예산을 어느 지점에서 얼마나 분배해 쓸 지를 판단한 이후에 창업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비즈니스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오프라인에서 '공간'을 베이스로 하는 비즈니스의 경우 제일 중요한 것은(특히 비용/시간이 제한적일수록) 사업 목표를 정하고 목표에 맞춰 '인풋'을 어떻게 분배하느냐라고 생각한다. 인풋을 전략적으로 분배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정은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현재 공간 베이스로 오프라인에서 창업을 하시는 분들의 많은 수는 시장 관행상 반수동적으로 대부분의 비용을 인테리어에 쓴다.(물론 사업 목표 상 공간을 만드는데 전체 예산 중 상당 부분이 들어가는 게 맞을 수 있지만 항상 맞지는 않다. 특히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 같다.)
계획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내가 하려는 일이 무엇이고 거기에 얼마의 예산을 생각하고 있는지가 먼저이고 '인테리어'는 그 다음이다. 사업 계획에 맞춰 예산을 능동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해야 가게 지속가능성은 높아진다.
공간을 만들려는 입장에서는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상업 시설의 인테리어 투입 비용은 자신이 하려는 비즈니스에 따른다.
*상점 공간, 사무실 공간, 주거 공간을 만드는데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아래 서술은 '지역 상권'을 기반으로 하는 개인 상점들을 대상으로 한다.
(복합몰에 들어가는 상점들, 프랜차이즈, 컨셉 스토어 등을 포함한 전략 공간과 상업 시설, 공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목적이 배제된 사무-주거 공간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상업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려 한다면
우선 예상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최소한의 창업자 인건비를 포함한)/임대료/재료비/운영비 등을 제외한 '월 이익'이 몇 달 쌓이면 인테리어 투자 또는 혹은 인테리어를 포함한 초기 투입성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목표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상 월이익 * M = 초기 투입 비용(혹은 인테리어 비용)
* 다음 계산은 초기 적정 인테리어 비용을 역산하기 위한 편의상의 장치일 뿐임을 주의하자.
(일정 기간을 정해 감가상각 할 수도 있으나 가게 운영의 특성상 계절과 국내외 혹은 지역 이벤트에 영향을 받을 여지가 커서 특정 기간을 정해 초기 투입비 회수를 목표로 하는 것보다 몇 달치 월 이익분으로 초기 투자 비용을 뽑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직관적이고 쉽다.)
창업자 스스로 M=[ ]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출이 높아 회수기간이 최대한 짧아져 M이 최소화된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업종과 임대 보장 기간에 따라 M의 범위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분식/스낵류 창업의 경우 1-3개월의 월 이익으로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경우도 있고 (1 <M <5) 스테이 유형들(게스트하우스 등)처럼 2-3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초기 투자 비용 회수를 고민해야 하는 업종도 있다.
업종에 따라 노동 강도, 부동산 조건 등이 달라 항상 M이 작은 것이 장기적으로 업주에게 좋다고만 할 수도 없다. 현재 가게들이 더욱 복합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기에 업종 내 절대적인 M의 기준점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회수 기간(M)을 설정하고 그에 맞게 인테리어 비용 투자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M은 기존 프랜차이즈를 개인 관점에서 평가해 보는데도 유용하다. 이 경우 업체가 제시하는 월 매출보다 일반적으로 객단가와 매장 회전율 등을 바탕으로 추론하는 일반적인 계산이 더 잘 맞는다.
비즈니스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창업 초기 단계라면 기본적으로 공간을 만드는 디자이너로서 조언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상점 인테리어의 경우 '평당' 얼마다라는 방식의 '평단가'로 접근을 많이 하는데
실평수 기준인지 공급면적 기준인지 어디까지의 공사 기준인지, 몇 평 정도 공사의 평균가인지 사실 정확하지 않다. 불투명한 과정을 보완하기 위한 서로 간의 심리적 장치일 뿐이다.
굳이 이해하기 쉽게 '평당' 기준을 정한다면
평당 단가에 포함하는 내역을
전기공사 - 목공사 - 설비공사 - 금속공사 - 도장공사 - 바닥공사 - 냉난방 공사 등
(철거 - 승압 등 별도의 사전공사와 장비/기물/가구 등과 간판 등의 시각물 설치를 제외한)
본 공사라고 한정할 때
30평 전후 기준으로
실비 평당 100만 원 정도를 기본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공간 디자인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 단기적으로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확실이 들 때 비용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에 따라-시기에 따라 유동적이며 직영이 아닌 경우 디자인 및 책임 시공비용이 업체에 따라 10%-30% 있을 수 있음.
공간 디자인은 왜 필요한가
기본적으로 상업 시설을 (설비/전기 등 필수 공정에 더해) 전문가에게 맡겨 공간을 만드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다 두 가지 이점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1. 비즈니스를 고려한 전문적인 매장 디자인을 통해 실제적인 매출이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
2. 중장기적 관점에서 상점 브랜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
동네 가게들에게도 공간 디자인의 역할은 마찬가지이다.
공간 디자인의 접근은 시작 단계에서는 합리적인 매장 설계를 바탕으로 매출 등을 뒷받침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브랜딩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국내 기준으로 많은 수의 프랜차이즈나 개인 창업 공간들이 공간 디자인 측면에서 비용 대비 유효한 공간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는지 판단을 보류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업자는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간 디자인이 직간접적으로 매출이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중장기적으로 내가 만들려는 가게의 브랜딩에 도움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하며 이와 관련된 확신이 들 경우 본공사 기준 평당 100만 원 이상 쓰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동네에서 가게를 만들 때는' 디자인을 통해 지역 랜드마크적 효과를 노린다던가 하는 접근은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유효하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랜드마크에 대한 사고방식과 연장선상에서 예술을 활용해서 상업시설을 활성화한다 생각은 부수적인 접근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 회사를 포함하여 '동네'에서 많은 재미있는 상점들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디자인하는 분들이 더 많은 지속 가능한 상점을 만드는 걸 돕기를 기대하며 급 결론은
공간을 디자인할 때 공간 디자인이 중장기적으로 브랜드에 도움이 되고 단기적으로 매출 향상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없다면 '본공사' 기준으로 평당 100만 원 이하에서 예산을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동네 상권 개인 창업의 경우!
(이상은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선별적으로 참고하세요)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고 '장사'를 하려고 할 때, 투입하는 인테리어 비용들이 관용적으로 쓰고 있는 것인지 내가 사업하는데 진짜 필요한 투입인지를 고민하자. 조금씩이지만 시장의 트렌드는 스몰 비즈니스를 위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비용만 쓰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콘텐츠/서비스 공급자들이 부동산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도 바람직한 변화다.
오프라인 기반으로 스몰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 공간을 운영한다는 건
나의 서재를 밖으로 내놓는 거고
나의 작업실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거다.
앞으로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이러한 관점에서 전개되어야 좀 더 지속 가능하지 않을까
발전된 기술이 생산성을 담보해 주고 우리 모두가 보장된 기본 소득을 가지고 좀 더 자유롭게 고민하는 삶을 사는 미래가 온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히 오랜 기간은 많은 인구가 (능동적으로 혹은 수동적으로) 스스로 '사장님'이 되어서 스스로를 위해 일을 할거 같다.
이왕 하는 거면 과정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고 좀 더 안전하게 쉽게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업'을 고민할 나이가 될 때쯤에 '모든 게' 조금 더 나은 환경이 될 거라는 기대해 보자.
글/사진 : 로컬디자인무브먼트
공간 콘텐츠와 스몰비지니스 모델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운영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서교동에서 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 로컬스티치(localstitch.k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서비스 '내일상점'(tomorrowmyshop.com)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