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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민 Mar 28. 2019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이 신축보다 동네가게에 좋은 이유

로컬 비지니스 : 오래된 건물을 찾습니다. 

로컬스티치 8번째 지점이 소공동에 오픈합니다. 

8번째 로컬스티치 : 로컬스티치 소공(sogongro.com)은 붉은 벽돌로 된 오래된 건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로컬스티치 지점들은 붉은 벽돌 건물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판단으로 로컬스티치(localstitch.kr)가 붉은 벽돌 건물들을 애정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2013년에 오픈한 로컬스티치 1호(서교) /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엄덕문 건축가(엄앤이 건축)가 설계했다고 합니다. 




요즘 페이스북에 '오래된 건물을 찾습니다'(http://localstitch.kr/Notice)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돈이 많아 건물을 매입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슬프게도) 개인적으로 오래된 건물들이 로컬 비지니스와 동네 상권의 지속 가능성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다양한 이유로 도심의 오래된 건물들이 없어지는 속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위기감과 안타까움 때문이다.



'로컬스티치와 함께 지속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갈 오래된 건물들을 찾습니다.'     



오래된 건물들을 활용해서 특별한 공간과 비지니스를 만들어 내는 케이스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 본질은 단순히 대림창고와 같은 '창고형 카페' 스타일이 유행하기 때문이 아니다. 연남장, 백제병원과 같은 빨간 벽돌 건물들이나 대림창고 같은 창고/공장들은 유니크하다. 하지만 동 시대성을 반영하는 스타일이라 하여 동네의 많은 오래된 건물들에 적용하기에는 카페베네나 커피 스미스의 디자인 접근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프랜차이즈는 체인점 나름의 사정이 있다.) 




'동네'에서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플레이어로서 오래된 건물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이하 내용은 건물 연면적 400헤베 - 3000헤베 정도의 오래된 건물들을 기준으로 합니다. 참고로 로컬스티치 5호가 있는 연남장은 약 1300헤베, 쿠알라룸프 가정식을 선보이는 바시라의 아각아각- instagram.com/agakagakseoul이 있는 로컬스티치 6호의 경우 약 400헤베, 유니언플레이스가 개발하고 로컬스티치 7호가 위치하는 당산동 동화빌딩의 경우 약 3000헤베입니다.)



1. 신축은 수요자보다는 공급자 중심적이기 때문에 동시대 수요자를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 


이제 동네 부동산 이해관계자들은 어떻게 건강한 임차인과 오래 같이 갈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하고, 그 핵심은 임대료다. 


보편적인 신축 프로세스는 공급자 중심으로 완공 후 입주자가 정상적인 자영업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뛰어난 건축가와 건축주를 만나는 운 좋은 케이스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보편적인 경우의 신축은 지속 가능한 임차인들의 스몰비지니스에 방점이 맞춰져 있기보다는 신축을 통한 건물 가치 증대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한 매매에 초점이 있다.


여러 이유로 지속 가능한 입주자(테넌트)를 구하기 어려운 시대에 동네 건물 이해관계자의 최대 목표는 기대치 안에서 '안정적인 테넌트와의 오랜 파트너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영업의 지속가능성의 제일 직접적인 키는 임대료다.  


로컬스티치 대흥점 1층에 위치한 coffeebar 'rua-r' 지속 가능한 공간 콘텐츠는 건강한 창업자와 기다림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 부동산은 단일 건물이던 블록 단위 지구이던 돈을 쓰면 기대 수익과 지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도시 재생 기금처럼 블록 단위로 정부 정책 자금이 들어가는 곳은 젠트리피케이션이(실제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넓은 의미로 부동산 값이 오르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개별로 보더라도 단일 건물을 신축을 하면 목표 임대료가 더블이 될 수밖에 없다.  




2. 냉정하게 생산자와 스몰비지니스 플레이어에게 '동네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산업 필수 요소로서의 '토지'(토지-노동-자본 할 때 그 토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 특정 생산자와 스몰비지니스 관점에서는 온라인에 있는 '신축 건물'보다도 가치가 낮다. 예를 들어 포스터 전문샵을 내고 싶은 큐레이터가 INPUT-OUTPUT이라는 관점에서 동네 오프라인 매장을 낼지 아임웹을 사용해 온라인 몰을 구축할지를 생각해 보라. 


결국 '동네 부동산'은 전통적 의미의 '토지'로서의 역할이 다했음을 인정하고 다른 역할을 찾을 때 '로컬'에 기회가 있다. 


전통적으로 동네 건물을 '신축'하는 행위는 생태계 필수 요소로의 '토지'의 가치를 더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생산 구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프라를 만든다는 개념으로) 


이제 동네 공간과 건물들은 로컬 생태계에서 '토지'로서의 포지션을 버리고 다른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전통적인 '토지'로서의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생태계에서 포지셔닝해야 하는 역할을 설정하고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INPUT을 투입해야 한다. 그 과정은 현재의 신축 프로세스와는 절대적으로 다르다. 


운이 좋아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방법이 '신축'일 수 있겠다. 하지만 도시 공간이 빠르게 변하는 현대에 '동네 빌딩'의 역할에 대해 확답을 할 수 있는 개발자/건축가는 어디에도 없다. 그 과정은 스타트업이 피벗을 하듯 기존의 오래된 건물과 함께 지속적으로 실험해 봐야 한다. 로컬스티치의 지점들과 연남장을 포함하여 로컬스티치에서 기획하고 운영하는 공간들은 이러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시행착오는 항상 있으며 빠르게 피벗하며 대응하는데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로컬에서 어떤 역할을 찾으려고 하는지는 진행형의 또 다른 긴 얘기가 될 것 같다.) 




회사 이름이 '로컬'로 시작하다 보니  '로컬'이 일종의 '트렌드'일지에 대해서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하나 확실한 건 '로컬'과 '로컬 스페이스'가 전통적인 산업에서 이야기하는 '토지'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이 위기이자 기회이고 어떤 역할을 찾게 될지는 (그 역할이 기존의 '토지'처럼 모든 부동산에 보편적 일지 이해 관계자들마다 다른 솔루션을 찾게 될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느냐에 있다.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처럼 동네의 공간에 어떤 역할들을 부여하여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지에 대해 꾸준히 실험하고 피벗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기회는 있다. 


우버 창업자가 공격적으로 만드는 cloud kitchen을 생각해 보자. 집적과 효율 방식으로 셋팅되는 '주방 시스템 빌딩'은 무인화되기 쉬운 구조로 변하고 '집적된 주방 빌딩' 수십 개면 현재 동네 건물들의 일층에 자리한  식음료 매장들의 매출의 상당 부분과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 자명하다. 


준비를 하던 준비를 하지 않던 다양한 스타트업과 서비스로 새로운 동네 생태계와 공간 쓰임은 만들어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적어도 3-5년 간 동네에 있는 오래된 건물들은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 



4월에 오픈하는 로컬스티치 소공(sogongro.com)점에서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시청/명동 인근에 1-20인 규모의 사무 공간이 필요하신 분들은 홈페이지 또는 contact@localstitch.kr로 연락 주세요. 120인 규모의 사무공간과 베이커리/커피바/편집샵/플라워샵/바버샵 등이 입주합니다. 함께할 리테일팀도 1팀 정도 더 찾고 있습니다.




글/사진 : 로컬디자인무브먼트 

공간 콘텐츠와 스몰비지니스 모델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운영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서교동에서 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  로컬스티치(localstitch.k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서비스 '내일상점'(tomorrowmyshop.com)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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