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공간에 대한 기록 / 로컬스티치 2호점을 기획하면서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의뢰를 받아 공간을 만드는 일들도 의미 있지만 스스로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고 운영하는 경험은 또 다르다.
2008년에 처음 작업실을 만든 이후 올해로 10년째 다양한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나와 우리 회사에게 공간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실험하는 일종의 오프라인 '블로그'였다.
2017년 로컬스티치 확장을 준비하면서, '블로그'에서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며
우리의 '블로그'였던 의미 있는 공간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로.
1. 작업실 : 2008년부터 4년 / 상수동 1층 /10평 / 월세 75만 원
상수동이 그냥 '동네'이던 시절 1층 빈 점포에 DIY로 만들었다. 타일도 직접 붙이고 공구리도 직접. 1층 작업실에서 동네 사람들 만나는 경험을 하는 것이 목표였음.
간단한 가구도 만들어 주고 간판도 만들어 주고, 공간/시각 디자인 외주 작업을 하면서 재미있게 지냈다.
(월세 내려고 동네 고3 과외도 함 / 프리랜서였던 시절이기 때문에 사실 마음은 제일 여유로왔다.)
거의 유일한 문화 콘텐츠였던 포스트포에틱스가 한남동으로 이사 가고 이리카페 들어오는 시점부터 상업 공간들이 많이 생기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왔다.
현재는 몇 사람을 거쳐 맛있는 이자까야로 변신.
2.Loungy : 2012년부터 4년 / 합정동 2층 / 25평 / 월세 90만 원
음식을 하는 스튜디오와 공동으로 사무실 겸 카페를 준비하면서 합정동과 망원동 사이에 자리 잡음. 준비과정에서 음식 스튜디오가 고향으로 '귀향'해서 우리 회사에서 오픈 키친도 같이 운영하게 됨.
마침 기획자도 들어오고 당시 우리 회사가 월요일이 쉬는 날이어서
오픈키친을 쉐프나 창업을 준비하는 음식 하는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 용도로 활용하게 되면서
소셜다이닝 '월요식당'을 시작함. 소셜다이닝이 미디어를 통해 1인 주거 문화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알려지게 되었으나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남.
(디자인 경험상으로 캐주얼한 사무공간이나 오픈스페이스에서 아일랜드형 오픈 키친의 복합적 활용에 대해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이후 클라이언트와 공감대가 이루어지는 공간들에는 중앙에 오픈 키친을 많이 만듦)
망원동에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기 시작할 무렵 레이아웃을 활용해 다른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분에게 운영을 넘김. 현재 오픈 키친은 서브컬처 살롱의 디제잉하는 자리로 활용되고 있음.
3. 로프트 : 2012년부터 3년 / 서교동 5층 / 20평 / 월세 75만 원
매스스터디에서 지은 소형 근생건물의 꼭대기층 복층형 공간을 임대. 개인적으로 단기 홈오피스 겸 비앤비로 운영함. 동네호텔로서의 로컬스티치를 시작하기 전이라 레이아웃/가구/조명 등에 대한 로컬스티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운영함. 이후 코워킹코리빙에 인사이트를 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남.
4.로컬스티치 : 2013년부터 현재 운영 중 / 서교동 / 70평 / 월세 비공개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지역 콘텐츠/서비스를 연결하는 '골목형 호텔'을 만듦. 만 2년 운영 후 만족도가 높았던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공간 운영 방향을 살짝 바꿈.
2015년 하반기부터 코워킹코리빙(coworking&coliving)이라는슬로건으로 같이 살며 일하는 중단기 체류형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음. 창작하고 함께 일하는데 필요한 주거를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음. 이후 서울을 포함한 아시아 도시들을 대상으로 지불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welive나 zoku 같은 coliving 모델이 되고자 함.
그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2호점을 기획하고 있음.
5. 테스트 키친 서울 : 2016년 하반기 6개월 간 / 서교동 3층 / 20평 / 수익쉐어
홍대 중심의 활용도가 낮은 3층 F&B 공간을 DIY로 고쳐 한시적으로 식음료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팝업 키친을 만듦. 바쁜 시기가 겹쳐 생각보다 활용도 있게 사용하지 못함. 공간주와 수익쉐어 구조에 대한 가능성 확인
현재 다음 '6개월'을 위한 공간 물색 중. 두 번째 로컬스티치와 합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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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만드는 회사로서 (온라인에서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어렵지만) 그동안 온라인 블로그를 운영하듯 공간을 운영하면서 개인/회사의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계속 경험하고 변해왔던 것 같다.
다른 이야기.
요즘 독립서점 트렌드, 대학가 중심으로 대관할 수 있는 DIY형 파티룸, 도심의 비앤비(일부), 문화 기획자들의 여러 공간들, 지역 원도심의 게스트하우스, 다양한 복합형 리테일, 패기 넘치는 청년들의 F&B 상점, 쉐프들의 팝업..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제 시작 / 더 의미 있는 로컬 콘텐츠/서비스들이 또 나올 것이고)이 많아졌다.
'다르게 살기'를 꿈꾸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삶의 지속가능성과 지역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거 같다. 우리도 경험하고 그들도 경험하는 것처럼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 찾아가는데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자신이 만들려는 콘텐츠/서비스를 가지고
상대적으로 적은 위험과 작은 비용, 그리고 쉬운 접근으로 오프라인'블로그'를 운영하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경험들을 하게 하고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조금 더 재밌게.
상상.
부동산 임대료와 효율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콘텐츠/서비스의 상권과는 별도로
오프라인에서 손쉽게 콘텐츠와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시스템과
가게인 듯 가게 아닌 듯 지역 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주는 공간들이 많이 나타날 것을 기대한다.
글/사진 : 로컬디자인무브먼트
공간 콘텐츠와 스몰비지니스 모델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운영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서교동에서 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 로컬스티치(localstitch.k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서비스 '내일상점'(tomorrowmyshop.com)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