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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May 08. 2024

문화도 인생도 기초가 중요하다

K클래식에서 배우는 인생

지금 K클래식을 주목하는 이유


이제 ‘클래식 강국 한국’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최근 들어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우승하거나 뛰어난 성적으로 입상하는 게 놀라운 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인이나 미국인이 한국의 국악대회에서 우승한 셈이라고나 할까. 꿈같은 일이다. '클래식의 심장'이라고 하는 뉴욕의 카네기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같은 주요 공연장의 2024년 일정에는 한국 음악가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K팝을 주도하는 건 아이돌 그룹이다. 청소년들에게 우상과 같은 존재로 대중문화의 스타급 연예인들에게나 있는 현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엄연히 클래식계에도 아이돌이 있다. 요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나 임윤찬의 연주회는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1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 폭발이다. 팬덤의 열기가 K팝 스타 못지않게 뜨겁다.



아이돌이 1800년대부터 있었다고?


많은 음악 평론가들이 아이돌 팬덤의 시초로 프란츠 리스트(1811~1866)를 거론한다. 동갑내기던 쇼팽과 함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리스트는 혁신적인 작곡, 화려한 연주기법으로 ‘피아노의 왕’이라 불린다.   



프란츠 리스트 47세 무렵 모습


금발에 185cm의 큰 와 뛰어난 외모, 패기 넘치는 카리스마로 리스트는 연주회마다 매진행렬을 기록하며, 수많은 여성팬들의 인기를 몰고 다녔다고 한다. 장갑을 벗어던지면 객석이 아수라장이 될 정도로 그 자신이 쇼맨십과 팬덤을 즐겼다고도 전해진다.  


대표곡 중에 이탈리아어로 '작은 종'이란 뜻의 <라 캄파넬라>가 있다. 파가니니의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 2번 b단조 중 3악장을 리스트가 피아노 버전으로 작곡한 곡이다. 절정의 기교와 난이도를 보여주는 강렬한 곡으로 유명하다. 블랙핑크의 2022년 히트곡 ‘셧다운’은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해 곡의 매력과 친숙도를 높인다. 이처럼 K팝의 노래 중에 클래식을 샘플링한 사례가 늘고 있다. (여자)아이들 또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를 샘플링한 곡인 ‘누드’를 선보여 반향을 일으켰다.    



문화의 기초를 살펴보면


문화는 수백 수천 가지의 정의가 있다고 한다.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면 예술(작품), 지성과 교양, 라이프 스타일이다. 가장 좁게는 문학, 미술, 음악 같은 순수예술, 기초예술을 뜻하는데, 시대가 변화하면서 범위도 확장된다. 지성과 교양을 뜻하다가 20세기 문화인류학의 시각을 반영해 인류의 총체적인 생활양식,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의미하게 됐다.


기초예술, 순수예술은 모든 문화 예술분야, 다양한 장르의 바탕을 형성한다. 육상이나 수영을 기초 스포츠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세계의 문화강국은 한결같이 저변 인프라가 강하다. 그래야 응용과 활용이 쉬워지는 법이다. 문화나 스포츠 선진국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클래식 같은 순수 예술에서는 개천에서 용 나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기초까지 파고드는 한국의 저력


음악 중에서도 역사가 깊고 서구의 전유물 같은 클래식에서 한국이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벨기에의 음악 전문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티에르 로로는 “국제콩쿠르에 한국이 강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2편의 다큐를 제작했다. 2012년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와 2021년의 <K클래식 제너레이션>. 지난 20여 년간 한국인 약 700명이 국제콩쿠르 결선에 진출하고 110명이 우승했다고 한다.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경우 한국인 연주자는 1라운드의 40%, 결선 진출자 12명 중 5명을 차지했을 정도다.

 

한국 클래식이 열풍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티에르 로로는 감정 표현을 주저하지 않는 한국인의 열정, 성공한 선배들이 가져다준 롤모델의 영향, 특유의 영재교육시스템을 꼽았다. 유수의 언론과 많은 전문가 또한 다양한 이유를 제시한다. 역시 3가지로 정리해 보면 한국의 교육시스템, 한국인의 에너지와 경쟁 DNA, 기업과 정부의 지원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유행한 '자녀들에게 악기 하나, 운동 하나씩 가르치는' 한국의 교육 풍토는 클래식 강국의 밑거름이 됐다. 5조 원에 이르는 예술 사교육 시장(동네 학원)을 통해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 같은 예술 영재들이 발굴됐기 때문이다. 경쟁과 생존에 익숙하고 그 속에서 열정과 에너지를 발산하는 한국인들의 성장 방식과 문화는 K팝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K클래식에서도 결실의 원동력은 마찬가지. 학교와 민간 기업, 정부가 3박자를 이뤄 예술 영재를 발굴하고, 국가사회적인 지원과 투자를 계속한 것은 한국의 특별한 성취역량으로 표출됐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이 클래식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사실은 갈 길이 멀다. ‘콩쿠르 강국’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한 분야가 지속가능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흔히 ‘생태계’를 든다. 창작과 제작, 유통과 배급, 소비와 교육 등이 선순환을 이루며 굴러갈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을 말한다.


대중음악(K팝)이나 영화, 방송드라마는 대중화와 산업화가 빠른 분야로 산업 생태계가 정착한 이후 한류와 K컬처 단계로 진화했다. 하지만 기초예술, 순수예술은 대중성이 약한 분야라 산업화가 더딜 수밖에 없다. 연주나 공연만으로 생계가 가능하고 창작부터 소비와 교육까지 순환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산업화 가능성에서 차이가 크지만, 기획사와 자본력, 해외 시장까지 3박자를 갖춘 K팝 생태계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 저변과 인프라가 강화돼야 하고 해외 시장으로의 확장도 필요하다.   

 


K클래식에서 배우는 인생


K클래식의 성공 요인은 우리 인생의 성공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 성장이다.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깨친 삶의 자양분이다. 자신만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은 긴 인생을 사는 데 나침반이 되고 등대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나만의 흥과 열정, 삶의 동력이 되는 에너지다. 학교와 사회생활은 밀림 같은 세상에서 생존의 길을 찾는 것과 같다. 경쟁은 불가피하고 고난과 시련은 끊임없이 나를 시험한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아서 나만의 세상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멘토를 만나는 것이다. 우리는 긴 인생 여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때로 빌런과 맞닥뜨리지만, 은인과 조력자를 만나기도 한다. 멘토를 많이 만나면 그 사람의 인생은 어느 순간 꽃을 피운다. 어느 분야에서든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인연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인생이다.  



모든 것은 기초가 중요하다

       

내가 참석하는 구청의 ‘유튜브 동영상 제작 강좌’가 5주째에 접어들었다. 이론 수업은 거의 마무리하고 촬영 단계에 들어섰다. 4주째에 기획안 구성과 스토리보드 작성 시간을 진행했다. 동영상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동영상 제작이지만 모든 콘텐츠의 기초는 역시 '쓰기와 말하기'다. 갈수록 독서가 외면받는 시대지만 읽기는 기초 중의 기초다. 글쓰기 또한 모든 영상과 콘텐츠의 밑그림을 좌우하는 핵심 포인트다.

 

나는 ‘어느 자유인의 일상’이라는 흔하고 평범한 주제를 잡았다.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 매일 아침 아내와 함께 하는 샐러드 식사, 평생학습관의 강좌 듣기, 카공과 글쓰기, 점심이나 저녁에 종종 맛집 찾아보기, 일주일에 2번 나의 필살기(?)인 필라테스 운동시간, 매주 수요일은 광주로 여행하는 날, 대학생들과 K컬처를 주제로 강의에서 만난다. 기획안과 간략한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과연 볼만한 그림이 나올지 걱정이 따르지만, 한편으로 약간 설레기도 한다.


모든 것의 출발은 기초다. 그 기초는 평범한 나의 일상에서 시작한다. 클래식이라고 마냥 먼 것만은 아닐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이 만들어지면 음악은 클래식 곡을 골라 배경음악으로 깔거나 샘플링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싶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샐러드 식사 때 들어도 좋고.


오늘은 잠깐, 분위기를 바꿔서 클래식을 한 곡 만나보면 어떨까. 클래식과 함께 상쾌하고 활기찬 하루가 되기를 기원한다.







* 사진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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