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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May 01. 2024

브런치 글 4만 조회수에서 느낀 3가지

지난 4월 22일 올린 브런치 글 ‘은퇴 후 필라테스 1년, 3가지 놀라운 변화’가 4만 5천여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포털 메인에 노출된 덕분이다. “이거 실화냐?”라고 할 정도로 내겐 전무한 일이다. 아주 가끔 몇천 조회수의 글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관심을 끈 건 처음이다.


기분은 좋다. 오래전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사람 심정을 잘 표현했을까,라고 생각하곤 했다. 연예인 체질은 전혀 아니어서 과분한 관심은 부담되지만, 아주 가끔 주목을 받는 건 내게도 즐거운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 글을 돌아봤다. 3가지로 정리가 됐다.   


        

1. 사람들이 공감하는 글이란     


요즘 구청에서 운영하는 특강을 듣고 있다. 강원국 작가의 ‘말과 글로 행복한 삶’에서 많이 배운다. 2014년 펴낸 <대통령의 글쓰기>가 50만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그는 글의 목적을 크게 독자를 ‘설득’하거나 ‘공감’을 얻기 위한 2가지로 나눴다. 설득은 칼럼 같은 논리형 글쓰기, 공감은 에세이나 문학적 글쓰기에 가까울 것이다. 아울러 글의 재료를 5가지로 분류했다. 정보, 지식, 생각, 경험, 그리고 감정이다.


브런치 글은 ‘공감’이 압도적으로 많다. 정보나 지식, 생각보다는 경험과 감정이 들어간 글이 다수다. 브런치 북이나 인기 있는 글의 리스트를 보면 상당히 놀라게 된다. 노출하기가 망설여질 듯한 은밀한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불륜, 이혼, 우울증, 퇴사,.. 이런 글을 보면 사람들이 뭘 말하고 싶고, 어떤 글에 관심이 쏠리는지 금세 알 수 있다. 브런치 플랫폼의 특성일 수도 있으나, 이제 사람들의 진짜 속마음이 뭔지를 느끼게 된다. 바로 공감과 위로 아닐까.


내가 쓴 필라테스 글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특별히 새롭고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와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100세 인생을 사는 현대인들, 우리는 모두 건강과 자기 계발, 은퇴 후 삶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요즘 사람들의 관심은 건강한 100세 인생이다. ⓒ pexels



2. 내가 쓴 글은 내가 누구인지를 말한다     


그간 내가 쓴 글을 돌아봤다. 지식과 정보 위주의 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생각과 경험을 담은 글도 조금씩 늘고 있다. 내밀한 감정을 드러낸 글은 거의 드물지 않나 싶다. 나를 오픈하는 게 서툴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론 ‘소통’을 지향한다고 하는데 여전히 부족하다는 걸 절감한다. 읽은 글에 대한 라이킷은 그래도 잘하는(?) 편인데, 댓글이나 구독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감사력’과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나이 들수록 이런 능력과 태도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인생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력’은 자존감 높은 사람들의 특징으로 꼽힌다. ‘리액션’은 맞장구치는 것,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응원의 표시다.       


아내를 보면 부럽다. 브런치에서 사귄 친구를 오프라인에서도 종종 만난다. 평생학습관의 시강좌에서 만난 두 문우와는 친자매처럼 지낼 정도다. 은퇴한 남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아닐까. 더 이상 뭔가에 엮이고 싶지 않다는 게 내 친구들의 공통 의견이다. 때로 아내 같은 여성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수다에 강한 여성들은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데 익숙하다. 지식과 정보는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기 쉽지만, 가장 오래가는 건 인간의 속 깊은 경험과 감정 아닐까.          


 

3.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살고 싶은 길     


재미와 유머가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사실은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까칠하고 반듯한 남자, 진지하고 무거운 인생은 지난 30여 년으로 충분했다. 은퇴한 후엔 가볍고 재미난 인생을 살고 싶다. 낮은 자세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도 배워야겠다.      


과거로부터는 최대한 자유로워지고 싶다. 관성적으로 관계를 맺어왔던 것들과는 작별하고, 가능하면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다. 내가 골프보다 필라테스를 선택하고, 유튜브 동영상 제작에 도전한 이유도 비슷하다. 내 안의 자유로움을 펼치고, 새로운 자극과 도전을 통해 인생의 변화를 찾고 싶은 것이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건 또 다른 소망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내겐 만만치 않다. 일단 아내와 시간을 함께하면서 한 수 배워야 한다. 은퇴남이라면 아내에게 잘 보이는 게 상책이다. 감사와 리액션을 영접하고 때로는 오지랖이나 호들갑도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부터 목표는 이전까지와 다른 사람으로 사는 것, 조금씩 새로운 순간으로 일상을 채워가는 것이다.       



글이나 콘텐츠에는 기획이 필요하다. ⓒ 김성일



K컬처 기획과 비교해 보니


일상에 관한 글을 읽고 접하면서 K컬처를 돌아본다. 필라테스 글이 관심을 끈 요인을 돌아보면서 K컬처의 수많은 기획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많은 관심을 받거나 성공한 K콘텐츠는 사실 적절한 기획이 뒷받침된 결과다. 시대의 트렌드와 대중의 욕망에 부응하는 참신한 접근 전략이 키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쓴 필라테스 글이 이렇게 기획된 건 아니고, 일종의 우연이 맞아떨어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


모든 글이나 콘텐츠를 관통하는 기획의 프로세스와 포인트는 무엇일까(그림 참고). 1) 최우선 절차는 트렌드 분석이다. 당대의 흐름과 동향, 사람들의 기호와 욕망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100세 인생 시대, 운동과 여가활동, 자기 계발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요가와 필라테스, 헬스와 홈트 같은 주제는 사람들의 관심이 꾸준한 주제들 아닌가.     

 

2) 컨셉 설정은 기획의 의도, 배경과 주제, 메시지를 정하는 단계다. 공감이냐 설득이냐 같은 전략적 포인트도 마련한다. 지식이나 정보냐, 경험과 감정이냐 같은 글의 색깔과 차별화 지점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은퇴 후 인생 플랜의 기획과 실천, 심신의 균형을 꾀하는 건강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과 사례는 유용한 참고가 되지 않을까.


3) 타깃 고객 설정은 독자와 고객을 상정하는 것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에게 맞출 것인가, 어떤 사람들이 이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를 정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에게 오픈하면 좋을 것 같지만, 누구의 관심에서도 멀어질 수 있다. 은퇴 관련 글이라면 40대 이상 건강 관심층이나 비슷한 처지인 은퇴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글을 읽은 내 친구는 "필라테스가 뭔지 정확히 몰랐는데, 글을 읽은 후 배우고 싶어졌다."라고 말한다.      


4) 핵심내용 구성은 디테일한 내용과 흐름을 만들어 독자의 집중과 몰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기법 같은 다양한 방법이 중요하다. 5) 마지막으로 세부사항 구체화는 홍보와 마케팅, 예산과 인력, 일정과 액션플랜 등을 말한다. 실제 프로젝트 실행 시에 필요하다.      


무엇이든 꾸준하게 생활화하는게 중요하다. ⓒ pexels



일상의 이야기, 삶의 위로와 공감


K컬처도 결국 일상에 관한 이야기다. 최근 그 흐름은 두드러지고 있다. K팝은 우리 주변의 친구나 가족 같은 보이그룹, 걸그룹이 크게 늘었다. '보이넥스트도어' 같은 그룹은 아예 이름부터 '옆 집 소년들'이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담은 노래와 콘텐츠가 부쩍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 올해 초 에미상을 휩쓴 <성난 사람들>을 비롯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표현한 작품들이 주목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비슷하다. 일상의 위로와 공감, 삶의 휴식과 치유다. 모든 사람들의 삶은 그만큼의 이야기와 콘텐츠가 된다. 브런치의 수많은 글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내가 쓴 필라테스 글도 그중의 하나일 뿐이다. 돌아보니, 1년 전에 필라테스를 시작하며 쓴 글도 제법 반응이 괜찮았다는 게 기억난다.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오늘도 브런치의 이야기들은 세상의 보석처럼 빛난다.   



https://brunch.co.kr/@sik2038/155


1년 전 필라테스를 시작한 직후 쓴 글.

https://brunch.co.kr/@sik2038/99











* 표지 사진은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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