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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Feb 13. 2023

지켜주고 싶고, 가지고도 싶고

사랑이라는 건 다양한 모습이겠지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나네요.

반달진 두 눈에 배시시 웃는 그 미소가 좋았어요.

누구보다도 열심히 들어줘서 고마웠구요.

술에 취해 나를 찾았을땐 마음이 당장 뛰쳐 나갔지요.


그 곳엔 그 사람이 있었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로 불편하게 들리던 그 목소리에

마음과 달리 발걸음은 돌리고 말았지요


그 미소가 나를 향한게 아닐 수도 있기에

열심히 들어주는 당신의 태도는 모두를 위해 열려 있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나는 주저했고, 미적거렸고


그래서 당신은 떠나갔지요.


시간이 지나고 만난 당신은 여전해요.

그 미소는 그 태도는 역시나 당신이었어요.

그게 꼭 나를 향해 있어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걸 가지고 싶었지요.


그런 사랑이었나봐요.

가지고 싶은 사랑.

나만의 것이 되어야 완성되는 사랑.

하지만 당신은 누구의 것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나는 힘들게 갈구하고 어렵게 포기했어요.


그런데 꼭 가지지 않아도 되는 사랑이 있더군요.

지키고 싶은 사랑.


오랜만에 만난 당신의 목소리를 떨렸고, 더 야위어 보였어요. 

누구나 피곤한 삶을 살고 있을 때 

그 소용돌이는 당신도 집어 삼키고 말았지요.


그냥 옆에 있어 주고 싶었어요.

힘이 되면 좋겠지만, 보탬이 되지 않아도 원망할 수 없는.

그런 사이라 생각했는데 

그 때의 미소와 그 때의 태도가 다시 날 맞이하네요.


그 미소와 온화한 태도를 지켜주고 싶어요.

이것도 사랑이라면 굳이 가지지 않고도 보기만 해도 키워나갈 수 있겠지요.


전부를 만족할 수는 없지만, 지금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랑.

시간이 지나가도 그런 사랑은 남을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좀 더 가늘고 길게... 사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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