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내홍이 수습돼 본격적인 대권 경쟁의 막이 올랐습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가 대권주자로 선출된 지 거의 한 달여 만에 선대위 구성을 끝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볼썽사나운 자리싸움은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태업’, 윤석열 후보의 ‘버티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몽니’가 국민의힘을 최악의 위기로 내몰았습니다. 하지만 골이 깊으면 산이 높듯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위기의 해소는 그 극적효과가 더욱 강렬했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정치력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의 이런 ‘단합’된 분위기가 좀 더 유리한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입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를 앞에 세우고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쌍두마차로 대선을 치르게 됐습니다. 이런 조합이 완성되기 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갈등의 축은 윤석열 이준석 김종인이었습니다. 윤석열 후보와 중진기득권세력은 경선에서 당심의 압도적인 지지로 승리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경선 전 ‘이재명 대 윤석열 대결’이라며 간접 지지를 선언하긴 했지만, 이보다는 중진들의 조직력이 큰 힘이 됐다는 ‘보고서’를 윤 후보가 신봉하기 시작하면서 선대위 구성 내홍이 짙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김종인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전략팀의 페이퍼가 윤 후보의 눈과 귀를 막았고 이런 ‘독식’ 기류는 ‘윤핵관’(윤석열 대선후보 핵심관계자)이라는 익명의 언론플레이어에 의해 사방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경선이 끝난 뒤 윤석열 후보 측의 ‘왕따’와 견제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는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대위 구성 내홍이 3주차로 접어들며 윤 후보의 정치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나오기 시작하고 지지율이 꺾일 조짐을 보이자 이 대표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이 대표는 ‘부산행’을 결행했습니다. ‘무책임한 당 대표’라는 비난과 함께 당원 게시판은 ‘탄핵’이라는 단어로 도배가 됐습니다. 이 대표는 엄청난 정치적 하중을 느꼈지만 ‘태연하게’ 장제원 의원 부산사무실과 순천(윤석열 후보가 입당했을 때 이 대표는 순천에서 그 퍼포먼스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제주 등지를 배회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윤 후보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하며 함구로 일관해 세간의 관심을 극대화 했습니다. 그리고 jtbc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는 대선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로 윤 후보에게 직접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수습하지 못할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이 대표의 태도 또한 완강했습니다. 이 대표는 오랜 수읽기 끝에 내린 시나리오를 가지고 일정한 수순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잠행’ 4일차 울산에 갔을 때 그는 속으로 ‘이쯤 되면 윤석열 후보가 달려올 텐데...’라고 되뇌었을지도 모릅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보수층의 인내력 한계치를 넘었을 때, 바로 그때를 숨죽이며 기다린 이준석 대표의 ‘타이밍 정치’는 ‘어린 대표’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의 ‘기고만장’을 쪼그라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윤 후보는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아우성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조건 없이’ 이준석 대표를 만나러 갔습니다. 갈등은 2시간여의 ‘맥주회동’으로 극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불콰해진 얼굴로 포옹하는 장면이 대서특필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무슨 회동만 하면 술만 마시느냐’는 비아냥도 나왔지만 ‘윤석열’에 대한 평가는 정치신인에서 ‘통합의 리더’로 미화되고 재포장됐습니다. 갈등이 일거에 해소된 것에 대한 보수층 일각의 질투는 ‘윤석열의 백기투항’(전여옥)이라는 뒤끝작렬 내지르기로 표출됐지만 이보다는 ‘정치입문 5개월 신인 치고는 꽤 두둑한 전리품을 챙겼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윤 후보도 정권교체론이 ‘묻지마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둔하지는 않았고, 적절한 형세판단이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당 대표의 손을 잡는 촉매가 됐습니다. 결국 갈등의 최고 조정자로서의 ‘윤석열 정치력’이 인정받은 셈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울산 회동에서 나온 합의의 첫 일성은 다소 엉뚱한 것이었습니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나흘 동안 각자 제 갈길 가며 당을 극도의 혼란에 빠뜨렸는데 정작 합의점은 ‘김종인’이었습니다. 이 대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윤 후보를 압박했던 핵심 배경은 ‘이준석’ 자신이 아니라 ‘김종인’이었던 것입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준석 대표를 앞세워 윤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나를 모셔가지 않으면 당도 아사리판이 된다’는 메시지를 이 대표의 ‘태업’을 통해 확실하게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도 ‘원톱’으로 혼자 모든 것을 먹기에 대선이라는 요리판은 너무 컸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울산 회동 당일 김 위원장 자택을 찾아가 ‘읍소’하는 양동작전을 구사했고, 못 이기는 척 윤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김 위원장이 다소 체면이 깎이는 것을 무릅쓰고,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배제를 관철시키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타협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배경은 ‘대선 승리’에 대한 자신만의 촉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종인이 가면 이긴다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판에만 김종인이 간다’는 정치권의 냉정한 해석이 이번에도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의원은 윤석열-이준석-김종인 3각 갈등의 중재자로 숙성된 정치력을 발휘했습니다. 윤 후보가 홍 대표를 만나 3시간여 가까이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김 위원장이 ‘죽 쒀서 개줄 수도 있다’는 조급함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 대신 홍준표 의원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셔가게 될 경우 젊은 층 공략과 당내 화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동물적인 정치 감각으로 ‘밀당은 여기까지’를 속으로 외치며 윤 후보의 제안을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홍 의원 또한 “(윤 후보가) 나를 이용해서 대선 캠프를 완성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책략”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의원은 자신을 통해 김 위원장을 압박하려 한다는 윤 후보 측의 ‘유도작전’을 알면서도 그것에 응했습니다. 홍 의원은 갈등 해소에 일조한 통합의 정치력을 보여줬고 자신도 몽니의 유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한달여 동안 지속되던 국민의힘 선대위 내분은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민주당에서는 “반창고로 땜질한 선대위가 얼마나 유지될지 의문스럽다. 윤 후보는 한 달간 구태의 결정판 3김 체제에 매달리고, 문고리 실세 윤핵관에 휘둘리고, 이준석 대표와 김 전 위원장에 끌려다녔다”고 평가절하 했지만 질투와 시기의 꼬투리잡기로도 들립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를 중심으로 갈등과 내분을 타협과 ‘권력배분’으로 마무리 짓는 자체 해결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이 분열의 난맥상을 눌렀던 것입니다.
이번 선대위 구성 내홍은 국민의힘 권력구도에 일정한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필자는 지난 6월 10일 칼럼에서 “이준석-김종인 ‘이김 연대’가 뜬다?”라는 제목으로 이준석-김종인 개혁세력이 당내 권력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예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6월 30일자에는 “이준석-김종인의 윤석열 길들이기”라는 제목으로 정치신인 윤석열 후보를 이준석-김종인 연합군이 국민의힘 체질개선을 위해 윤 후보도 길들일 것이라는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보수층 일각에서 이번 울산 회동을 두고 “이준석 김종인이 윤석열을 길들였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극구 부인하는 것도 윤 후보가 ‘이김연대’의 꼭두각시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번에 자신이 원톱이 되면서 중도개혁 성향의 금태섭 윤희숙 임태희 정태근 등의 전현직 의원들을 대거 전면에 포진시켰습니다. 일종의 ‘김종인 사단’이 형성된 것입니다. 국민의힘 권력구도도 향후 윤 후보 지지율과 김 위원장의 ‘그립’ 강도에 따라 개혁세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선대위 구성 내홍은 보수층의 당내 역학구도뿐 아니라 보수층의 ‘진화’도 이끌어낼 전망입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선대위 인재 ‘수혈’을 구실로 데려온 인사들은 민주당 출신을 비롯해 소장파 출신의 개혁성향 인물들입니다. 지난 경선에서 윤 후보에게 ‘페이퍼’를 올리며 활동해온 일부 전략가들 중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밑에서부터 정무활동을 해온 ‘올드맨’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이준석 대표와 같은 개혁세력을 무시하며 전통적인 세몰이 방식을 견지하는 일단의 그룹입니다. 이번에 윤 후보가 첫 공식 일정으로 충청을 방문해 대망론을 주장한 것에 대해 ‘구시대적인 전략’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윤 후보 주변의 전략참모들은 경선 승리를 방패삼아 자신들의 구태의연한 전략을 밀고 나갔습니다.
하지만 경선을 건너온 배는 불사르고 격랑을 헤쳐 갈 ‘대함’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배에는 김종인 사단이 탑승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것입니다. 이 배가 대선의 바다를 건넌다면 국민의힘은 탄핵의 ‘흑해’도 절반 이상 건넌 셈입니다. 국민의힘은 대선 과정에서 ‘이준석’과 ‘김종인 사단’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중도보수의 가능성을 시험할 것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선대위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당도 급격하게 개혁세력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습니다. 정통우익보수에서 중도보수로 체질개선이 이뤄지게 되고 이것이 탄핵 극복의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로 대선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이번에는 이준석 대표를 앞세워 세대결합론으로 다시 한번 필승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당내 중진기득권이 이번에는 ‘이김연대’ 개혁세력에 패배했지만 앞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 부침에 따라 개혁세력이 다시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중진기득권세력은 윤 후보의 지지율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그것을 계기로 대대적인 총공세에 나설 것입니다. 선대위 내홍의 여진은 대선 기간 내내 계속될 수 있습니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여전히 ‘김종인’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돼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은 비례대표 5회, 탈당 7회, 정당 변신 16회, 뇌물 2억1000만원의 낙인이 찍힌 인물이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부패했다고 단죄할 수 있겠느냐”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민의힘의 반 개혁세력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특히 야당의 정권교체론이 점차 대세론으로 굳어져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그에 따른 논공행상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선대위 내홍이 수습되고 혼연일체의 단결력이 형성되면서 벌써부터 다 이긴 것처럼 ‘김칫국 분위기’가 형성될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진영대결과 함께 인물경쟁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박빙의 승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더 막판까지 집중력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몰입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 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윤석열과 이재명 가운데 누가 더 절박하고 간절해 보이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