雖有智慧 不如乘勢 雖有鎡基 不如待時
수유지혜 불여승세 수유자기 불여대시
-지혜가 있더라도 유리한 기회를 잡는 것만 못하고, 괭이와 쟁기가 있더라도 때를 기다리는 것만 못하다. - 공손추 상(公孫丑 上)
맹자의 제자로 제나라 사람인 공손추는 제나라와 관련된 여러 질문을 던집니다. 첫 질문은 만일 맹자가 제나라의 요직에 등용된다면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관중과 안자의 업적을 재현할 수 있는가 묻는 것이었습니다.
맹자는 짐짓 불쾌감을 표시합니다. 제나라 출신의 제자가 국수주의에 갇혀 그릇이 크지 않다고 평가 받는 관중 같은 인물에 자신을 비교했기 때문이지요.
제나라는 영토가 넓고 백성이 많은 큰 나라였습니다. 맹자에게 있어서 제나라는 수월하게 왕도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었지요. 추가적인 영토 확장과 노동력 확보의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이런 완벽한 조건 하에서도 왕도정치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제나라의 한계라는 것이지요.
위 문장은 공손추에게 제나라가 맞이한 호기를 설명하는 과정 중에 맹자가 제나라 사람들의 말을 인용한 것입니다. 앞의 말은 '운칠기삼'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무리 재주와 실력이 뛰어나고 노력을 많이 해도 좋은 운을 만나지 못하면 뜻을 이루는데 실패하게 되지요. 운이란 추상적이라기 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조건이나 여건, 환경을 아우르는 구체적 개념입니다.
좋은 농기구가 있다고 해서 아무 때나 농사를 지을 수는 없지요. 연장을 잘 갈아 두고 씨종자를 준비해 둔 후 봄비가 내리길 기다려야 합니다. 따라서 뒤의 말은 진퇴의 이치를 알고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말입니다.
지혜를 갖추었는데 호운까지 만난다면 큰 성취를 거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록 흉운을 만나더라도 위기 속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것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특히 공동체의 차원에서는 지혜로운 리더가 필요한 법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탁월한 위기 관리와 극복 역량을 증명하면서 글로벌 리더 국가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던 우리나라는 무능한 자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선택을 내림으로써 국민 스스로 일생일대의 길운을 내팽개치고 말았습니다. 복을 걷어차고 화를 불러들여서는 인생도 나라의 운명도 좋아지기 어렵습니다. 나아가야 할 때 나아가지 못하면 뒤처지게 되어 있습니다. 넓은 길 놔두고 좁은 골목으로 기어 들어가 후진 기어를 넣고 온힘을 다해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여기저기 들이받으며 사고를 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대형사고도 터지는 것이지요. 나라꼴이 딱 이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