賊仁者謂之賊 賊義者謂之殘 殘賊之人謂之一夫 聞誅一夫紂矣 未聞弑君也
적인자위지적 적의자위지잔 잔적지인위지일부 문주일부주의 미문시군야
-인을 해치는 자를 적, 의를 해치는 자를 잔이라 일컫습니다. 잔적하는 자를 일개 필부라고 하지요. 보잘것없는 사내인 주를 주살했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 양혜왕 장구 하(梁惠王 章句 下)
제나라 선왕은 탕왕과 무왕이 각각 하나라의 걸왕과 은나라의 주왕을 내쫒고 은나라와 주나라를 세운 사례를 들어 신하가 임금을 시해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를 묻습니다. 이 질문을 들은 맹자는 단호히 위와 같이 답변합니다.
적(賊)은 도적이고, 잔(殘)은 잔인한 자의 뜻입니다. '잔적하다'가 '잔인하게 해치거나 무자비하게 쳐 죽이다'의 의미이니, 맹자가 인의를 해치는 자를 각각 적과 잔이라고 부르는 의도가 선명합니다. 권력자의 자리에 있다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 그의 리더 자격이 저절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군주답지 않은 자를 군주로 대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임금은커녕 범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하찮은 인간이 권력자랍시고 허튼 짓을 일삼는다면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제선왕의 등골이 서늘했겠지요.
논어 <안연>편 11장에서 정치에 대해 묻는 제경공의 질문에 공자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하는 것입니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고 대답합니다. 맹자의 말은 공자의 그것에 비해 훨씬 당당하고 직설적이지요.
최배근 교수는 그의 책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에서 다음과 같이 우리나라 수구 카르텔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까발립니다.
...이처럼 한국 보수세력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기본적으로 친일이라는 기원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엄밀하게 서구 사회를 설명하는 ‘보수’로 ‘한국 보수’를 정의할 수 없다. 일본의 극우세력이나 서구 사회의 극우세력 등과도 또 다른 한국의 보수세력은 자신의 사익을 국익이나 공동체 이익보다 우선하는 매판적 성격을 띤 집단이다. 한국의 보수세력이 공적 자원을 자신의 사익 추구에 스스럼없이 활용하거나 부정부패에 대한 죄의식이 없는 이유도 친일세력의 후예라는 ‘원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여론을 조성(작)하고, 관료는 정책수단을 활용한다. 이를테면, 경제관료는 촛불시민의 지지를 받은 선출 권력이 집권하면 자신들의 가치와 맞지 않을 때 정책실패를 유도하고, 언론은 무능 프레임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든다. 이를 통해 선거 결과와 선출 권력 교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국가 재정 또한 돈의 배분 문제라는 점에서 한국 부패세력의 사익 추구를 위한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부패 기득권세력은 개혁 정부가 사용하는 재정에 대해서는 ‘국가채무 겁박론’으로 공격한다. 국가 재정이 기업(자본)을 위해 사용될 때는 문제 삼지 않다가 경제적 약자를 위해 사용될 때는 짐짓 국가채무를 걱정한다. 이것도 논리가 간단하다. 국가가 약자층을 지원하면 그만큼 민간의 금융 사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금융자원에 대한 수요 감소가 부유층과 금융 부문의 돈놀이 대상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북인어박스, 최배근, 2021.
군주제 하에서도 혁명의 정당성을 피력한 맹자의 입장에서는 국민 주권 시대에 무능하고 사악한 권력자의 횡포를 단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이 나라를 좀먹고 국민의 삶을 파탄내는 수구 부패 카르텔의 처단은 그야말로 우리 공동체의 생사존망이 달린 시대적 과제입니다.
(출처: 사단법인 행동하는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