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선택해 드립니다, 이은영의 할까 말까 LAB
첫 직장을 구할 때의 심정은 이랬다.
대기업 가고 싶다.
돈 많이 벌고 싶다.
안정적이고 싶다.
좋은데 취직하고 싶다.
한마디로 대학교 4학년씩이나 돼서도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마지막 학기 때도 학점이나 잘 받을 요량으로 (사회 나와서 보니 그렇게 부질없는 학점이 그때는 그렇게 중요해 보였다.) 2학년 수업 수강신청에 성공했고 그 반의 유일한 4학년생이었다. 중간고사는 시험 대신 발표로 대체되었는데 우리 조에서 가장 나이 많은 내가 발표자로 임명되었다. (왜 나이 많은 사람에게 항상 발표를 시키는 건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이다.)
파워포인트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그 역할을 수용했고 발표를 잘 마쳤다. 당시 지도 교수님은 기업의 임원까지 하시고 학교로 돌아온 분이셨다. 발표 시간을 끝내며 교수님은 무심한 듯 내게 말하셨다.
이은영 학생은 잠시 내 교수실로 오세요.
‘친한 교수님도 아니고 교수실로 나를 왜 부르신 걸까?’
“똑똑똑~ 교수님 저 왔습니다.”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훨씬 많은 연세 지긋한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자네는 4학년인데 졸업하고 뭐 하고 싶나?
2학년 수업에 딱 한 명 있는 4학년이니 튀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그때 아무 생각이 없었으므로 영구처럼 대답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교수님.
(띠리 리리 띠띠~.)
교수님께 반항하려던 게 아니고 정말 난 몰랐었다. 그저 돈 많이 주는 대기업에 가고 싶은 것 외에 다른 생각이 없었다. 방법도 몰랐고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을 잘 할 때까지 해라 따위의 수많은 강연과 미디어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교수님은 바보 같은 나의 대답에 무심한 듯 이런 말씀을 내어 놓으셨다.
“자네는 교육을 한 번 해봐. 그럼 나중에 기업에서 모셔가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걸세.”
정말 이게 다였다. 교수님의 성함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친분 이라곤 전혀 없던 분이었다. 김남…, 어렴풋이 교수님은 이름에 김과 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대화를 무미건조하게 마치고 나는 학교 도서관에서 생각에 잠겼다.
‘음.. 생각해 보니 난 교육을 좋아하는 것 같아, 그래 교육을 해 보자!’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이 나 보다 내 말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이다. 그리고 난 딱 한 번 더 교수님 방에 찾았다. 두 개의 회사를 들고 “교수님 이 회사 갈까요, 저 회사 갈까요?”라고 묻기 위해서였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이기적인 제자다.
교수님은 둘 중 똑같이 일한다는 조건으로 여성이 더 성장하기 좋은 곳이라는 점과 교육이 잘 되어 있는 회사라며 둘 중 한 회사를 콕 집어 주셨고 나는 2006년 그 회사에 입사했다. 그러고 보니 교수님은 인턴십을 거치느라 기말고사도 안 본 나에게 A+ 학점을 주셨다. 영구 같았던 철부지 4학년 학생의 취직 선물이었나 보다.(그때는 그런 게 가능했던 시기다.)
나는 좋아하는 그 일을 했을까? 당연히 내가 배치받은 곳은 회사 교육 부서가 아니었다. 교육이 잘 되어 있는 회사와 아무 관련 없는 현장 영업 관리직이었다.
만약 내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면?
좋아하는 일할까, 잘하는 일할까?
젠장, 좋아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못해! 쓸데없는 거 물어보지 마.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세상의 일 이란 게 그렇게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
잘하는 일과 잘 못 하는 일
흔히들 꿈 멘토들이 동기부여 강사들이 말한다.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이 만나는 그 지점에서 일하라고 말이다. 낯 부끄럽게 나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정말 멍멍이 같은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다양한 경험이란 걸 해 봤어야지 자기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고 외향적 성격이라고 해서 영업을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틀린 질문을 던지면 언제나 나오는 것은 오답뿐이다. 즉 좋아하는 일 vs 잘 하는 일은 절대 그렇게 던져서는 안 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정말 많은 청춘들에게 받은 질문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약속이라도 한 듯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잘 모르겠어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엄마가 공부만 하라고 했다. 그러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고 했다. 순진하게 그 말을 믿었고 공부만 했는데 모든 게 다 잘 안 풀렸다. 심지어 그 공부조차도. 공부를 못해서 그런 게 아니다. 공부만 잘 한 친구들도 다 마찬가지로 해결이 안 되잖아!
절대 지금 하는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
지금 하는 일이 내가 잘 하는 일인가?
따위의 질문을 던지지 말자.
마법이 일어나는 지점은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유니크굿하게, 남다르게 할 때’이다. 학생이라면 지금 주어진 리포트를 남다르게 써 보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 그 일을 남다르게 해 보자. 직장인이라면 내게 주어진 그 프로젝트를 남다르게 해 보자. 치열하게 사회생활을 그것도 10년 게 한 후에야 어렴풋이 보인다. 확신이 드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런 것 같아 정도이다.
아 나 이런 일 좋아하는 것 같아.
아 나 이런 일은 좀 잘 하는 것 같아.
나는 책 읽는 걸 좋아한다. 강의하는 걸 좋아한다. 누가 내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개인보다는 대중이 들었을 때가 더 좋다. 그리고 잘 모르겠지만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라디오에 그렇게 사연을 보냈었다. 물론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가수 신승훈 씨는(축하한다, 당신이 이 가수를 모른다면 매우 어린 영계다.) 내 사연을 읽으면 분명 이렇게 말했다.
“와 은영님, 이 분은 작가 하셔도 되겠어요.”
그렇다, 아마 나는 글을 잘 쓰는 모양이다. 하지만 난 자주 머리를 쥐어뜯으며 뭔가 내가 쓴 글들이 쓰레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종이 아까운 짓 하지 말자. 세상에 필요 없는 책 하다 더 내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말을 잘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연합 TV의 방송 콘텐츠를 준비하며 ‘난 방송을 하면 안 돼’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 상태로 밤을 새우고 제법 좋은 방송 분량을 뽑아냈다. 찍고 보니 제법 괜찮았고 시청률도 좋았다.
클라이언트 프레젠테이션이 잘 된 날은 ‘역시 난 사업에 소질이 있어.’라는 생각을 했다가 프로젝트 수주가 좌절된 날에는 내가 사장 자격이 있나를 거듭 곱씹으며 잠 못 이루는 날이 많다.
그렇게 자신 없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주어진 일을 남다르게 하는 것이다. 좋아해서 혹은 잘 해서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게 주어진 일을 남다르게 하다 보면 선물처럼 만나게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이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을 알고 그 공통분모 언저리의 일을 일부 하는 것이다.
현재 주어진 일을 남다르게 하지 않은 사람은 그 선물을 만날 수 없다. 현재 주어지는 일도 마지못해 대강대강 하고선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잘 하는 일을 하면 지금은 없던 의욕이 샘솟고 열정에 불타고 동기부여로 무장되는 것이 아니다.
의욕도 열정도 동기부여도 습관이다.
하기 싫은 일 앞에 보이는 의욕, 열정, 동기부여가 훈련이 돼야 하고 싶은 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싫다면, 잘 하는 일도 아니라면, 혹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면 미래에 좋아하는 일을 만났을 때 게다가 내가 잘 하는 일일 때 그것을 더 잘하기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하자.
지금 내게 주어진 그 일이 무엇이건 간에 그 종류와 상관없이 그 일을 유니크굿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선물처럼 나타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 일.
내가 잘 하는 그 일.
게다가 그 일을 하며 밥 벌어먹고살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잘 하는 일을 해도 날마다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주어진 일을 남다르게 하던 그 습관이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
틀린 질문 던지지 말자.
지금 이 일을 좋아하나?
잘 하는 일인가?
틀린 질문에는 틀린 답만 나온다.
옳은 질문을 던지자.
지금 내게 주어진 그 일을 나 유니크굿하게 하고 있나?
그래서 나는 회사를 창업하며 회사 이름을 다름 아닌 유니크굿컴퍼니로 지었다. 궁금하다면 한 번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