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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 Feb 04. 2023

(속보) 전윤아 퇴사! 심경을 담은 단독 인터뷰 공개

친구들, 만나기 전에 이걸 봐주세요

저 2월 8일부터 회사 안 다녀요!


Q. 퇴사? 갑자기? 왜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과 회사가 잘하길 바라는 일이 달라졌어요.


Q. 좀더 자세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해요. 다양한 회사에서 7년 넘게 일하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왔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특히 회사에서는 진정성 가득한 글, 다 읽고 나서 ‘이 회사랑 제품은 믿을 만한데? 좀 멋있다?’ 라는 생각이 드는 글을 계속 쓰고 싶어요. 예를 들면 채용공고, 팀 블로그, 뉴스레터에 들어갈 글들요. 어려운 글을 쉽게 쓰는 것도 좋아해서 UX라이팅에도 관심 있고요.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더 잘 읽히게 편집하는 일도 보람 있죠.


한편 시선이 꽂히는 카피, 바로 돈을 벌어오는 광고 메시지는 제 전문이 아니에요. 자기검열이 심한 편이라 ‘이런 표현 너무 자극적인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여태까지는 제가 잘 쓸 수 있는 글이 회사에서도 필요한 글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고객을 직접 데려올 수 있는 글이 더 중요하게 되었어요. 방향성이 많이 달라졌는데 저는 회사의 유일한 콘텐츠 마케터였고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회사에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되었으니 논의가 필요했어요.


제가 프로모션용 카피를 더 잘 쓰도록 노력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확실한 만큼 여기에 집중할 곳을 찾는 게 맞겠다 싶었어요. 2년 가까이 회사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일 잘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지금 나가야 회사도 나도 서로 응원할 수 있겠다 싶고요. 경영진에서도 이해해주신 덕분에 이야기를 잘 마쳤습니다.


Q. 괜찮으세요?


빠르게 괜찮아지고 있어요. 앞으로 뭘 할지 정하고 나온 게 아니라서 조금 불안하죠. 하지만 최측근의 전폭적인 지지와 실업급여, 여태 쌓아온 커리어가 있으니 몇 달쯤은 걱정 없이 쉬어도 될 것 같아요. 소식 가장 먼저 들은 회사 친구들이 응원 가득 용기 잔뜩 주셨어요. 그동안 회사 잘 다녔구나… 싶어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 와중에 설마 “그래도 힘들 텐데… 요즘 취직 잘 안된다던데…” 라고 자존심을 깎아내릴 분은 내 친구 중에 없겠죠!


Q. 요즘 얘기를 많이 못 나눴네. 어떻게 지내고 있었어요?


제가 다니던 회사는 계속해서 뛰어난 성과를 내며 성장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2년이나 버티는 걸 해냈네요!


첫 일년 반은 잡초같은 생명력으로 잘해냈어요. 업무평가도 잘 받았고요. 그런데 사실 두어 달 전부터는 ‘일이 이전만큼 힘들진 않네?’ 싶은 거 있죠. 내가 드디어 이 환경에 적응한 건가? 싶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건 헤엄칠 힘이 없어 파도에 둥둥 몸을 띄운 것 뿐이었어요. 제가 엄청 지쳐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고, 지금은 퇴사가 물에 빠지기 전에 붙잡은 구명튜브처럼 느껴져요. 오히려 좋아.


Q. 그럼 당분간은 푹 쉬는 걸로?


무언가 하고 싶어질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제가 또 안 그러더라구요.


우선 글은 지금까지보다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써보려고요. 여태 써온 글들 쭉 다시 보며 다듬고. 짧은 소설 쓰기 수업도 8주 동안 들어요. 못 하던 것도 배워보려고 다음주부터 왕초보를 위한 에이블톤 수업을 들을 거예요. 다룰 줄 아는 악기 없고 악보 못 봐도 작곡 배울 수 있대요! 둘 다 오래 전부터 마음이 가던 수업들이라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 냅다 신청했습니다.


그렇게 주2회 수업 듣고, 월요일 수요일 저녁에는 최측근이랑 필라테스 계속 할 거에요. 나머지 시간에는 집에서 책 읽고 음악 듣고, 게임 하고, 친구들 만나고 놀아야지!


Q. 일은 언제부터 다시 하려고요?


저 4대보험 꼬박꼬박 냈거든요, 실업급여 탈 자격 있죠! 거기다 소설 쓰기 수업이 금요일 오전 11시에 있어요. 4월이 되어야 끝나니까 적~어도 그때까지는 취직 생각 안하려고요.


그다음엔 천천히 여러 회사를 살피고 싶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할 회사를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프리랜서로 글 쓰는 일도 해보고 싶으니,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좋은 회사를 찾아보려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곳으로요.


Q. 몇 달 후의 이야기겠지만, 다음에는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어요?


그동안 회사에서 필요한 글 기반 콘텐츠는 대부분 만들어본 것 같아요. 웬만한 건 다 만들 수 있지만, 호불호가 강한 제 성격상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성과도 잘 나오더라고요.


저는 우리 회사와 제품에 대한 신뢰를 쌓을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광고 카피처럼 직접적인 판매를 위한 콘텐츠보다는 브랜딩 콘텐츠를 더 잘 만드니까 여기에 집중하고 싶고요. 브랜딩이라고 하니까 뭔가 막막한데, 회사 홈페이지 만드는 것부터 블로그 꾸리는 것, 인터뷰 따는 것, 뉴스레터 만드는 것, 무궁무진하게 많아요. 요 쪽은 자신 있습니다.


그 외에는 UX라이팅을 적극적으로 해 보고 싶더라고요. 콘텐츠 만드는 일을 메인으로 하며 업무 폭을 넓혀 가는 식으로요. 잘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을 함께 하면 지치지 않을 것 같아요. 근데 다 나중 이야기. 일단 좀 놀 거예요!


Q. 그나저나 이런 얘기 만나서 말로 하지! 왜 글부터 썼어요?


저는 솔직한 마음을 말하는 데 예열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만나자마자 퇴사 얘기를 하는 게 워낙 무거울 것 같아서, 글 한 편에 제 생각을 모두 담고 싶었어요. 그리고 퇴사 소식을 얼른 주위에 알리고 싶었고요. 바빠서 못 본 친구들, 이 글을 계기로 다시 연락 나누면 넘 행복할 것 같아요.



긴 글을 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제 근황은 모두 이야기했어요. 우리 만나요,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요. 우리 사이에 나눌 수 있는 우리다운 대화를 해요!


* 제 글을 메일로 편하게 받고 싶으시다면? > https://bit.ly/yoona-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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