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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이혼결심 고백하기

by 제리

(전) 남편에게 이혼을 얘기할 때 보다 가족들에게 이 상황과 내 결심을 알리는 게


이혼 과정 중 내게는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혼자 부모님 집에 내려왔다. 그와의 감정싸움에 지쳐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 거실 소파에 누워 엄마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집에 내려오기 전, 그 사람은 아빠도 모자라 엄마를 헐뜯기 시작했다.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어림도 없다. 그 사람은 자기 속에 있는 모든 말을 다 하고야 만다.

그래야 우리 싸움이 끝난다.


혼자서 밥 먹고 있는 나의 엄마. 그 모습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오랜 친구에게 정신 나갔냐고 욕을 먹었다. 그런 소리 하는 사람이랑 어떻게 같이 사냐고.


그 사람에게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용기 내서 카카오톡 메시지로 내 마음을 전달했다.

내가 듣고 싶은 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였다.


그런데 돌아온 건 전체 보기를 해야 읽을 수 있는 '네가 얘기하니까 나도 얘기할게'로 시작하는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숨이 막히고 손이 떨렸다


이렇게는 이 사람과 단 1분도 같이 살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글을 쓰는 지금 돌아보면 감사한 순간이다.

진심이던 아니던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했다면 이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는 목소리만 들어도 내 기분을 파악하는 분이라 내 얼굴을 보고 무슨 일이 있긴 있구나.

생각하셨던 거 같다

엄마에게는 그제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말할 수 있었다.



가족들에게 이혼하려고 한다고 말하니 감사하게도 내 뜻대로 하라고 해주셨다.


아마 나의 가족들은 내가 이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까지 다 알았으리라.


나의 뜻대로 하라는 말이 이렇게나 힘이 될지 몰랐다. 그 지지에 모든 마음이 담겨있는 거 같았다.

누구보다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이었기에 끝을 내기까지 잘 버텨낸 거 같다.


그리고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둘러앉아, 앞으로 잘 살아보자고 으쌰으쌰 했다.



자식으로서의 도리는 아니었으나 폭언을 들으며 지속하는 결혼생활은 부모님도 원치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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