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여행
어머니가 4일동안 휴가셨지만
입을 옷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집에만 계시는 것을 보니
아들로서 너무 부끄럽고 죄송했다
비가 억수같이, 정말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6월에 개통한 석모대교를 지나 석모도에 도착했다
석모도는 당연히 강화도를 지나야만 갈 수 있기에
우리 가족의 아지트같은 대명항에 먼저 들렸다
요즘들어 대명항에 새로운 메뉴가 개발되었는데
대하튀김과 오징어 튀김이 그것이다
바로 튀겨낸 그 맛은 정말 감칠맛을 넘어서
맛깔스런 전라도 음식을 먹는 느낌이다
강화도 특화주가 된 듯한 인삼주 1통을
훌쩍 비우신 아버지는 18번 콧노래를 부르신다
달리는 내내 쏟아지는 비줄기 속에
배호와 신유의 흥겨운 노래가락이 흘러나오고
어머니는 특유의 시선처리로
창밖에 풍경들을 빨아 들이시는 듯하다
아들은 우주 속에 떠다니는 운석들처럼
마음 속이 이리저리 무중력상태다
어느덧 커버린 나의 성장에만 관심을 쏟았지
굽어져 가는 부모님의 관절은 신경쓰지 않은 과거들
그래! 이제부터라도 잘해야지
함께 흥을 내 보아야지 하면서 우리는 석모도로 간다
석모대교는 2017년 6월에 개통되었지만
비가오는 바람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언제나 여행이란 처음가 보는 설레임과
기대감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니깐
석모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새로움을 발견하려고 애 썼다
문득 뒷자석을 돌아보니 부모님의 무심함?
알고보니 지난번에 다녀가신듯하다
결국은 아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려
석모도라도 오고 싶었던 것이었다
아들의 어리숙함은 무엇인가 새로움
그리고 진부함을 벗어나는게 효도라 생각했는데
부모님에게 효도라는 것은 함께
가족이라는 것을 느껴보는 것이었다
이미 보문사를 다녀오신 부모님은
보문사 입구의 식당에 앉아서 비오는 날의 제격
파전과 막걸리를 즐기시고
나는 혼자 보문사의 가파은 언덕을 올라갔다
머라고 해도 역시 사찰들의 경치는
단연 최고다. 어디나 그런듯하다
물론 해남 미황사의 경치가
우리나라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옛날이라고 부르는 시기에도
배로만 다니는 석모도에 이러한 사찰이 존재한 건
그 어디나 사람들의 종교에 대한 관심이
현실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워있는 커다란 와불을 보니
어린시절 읽었던 퇴마록의 한 장면도 떠오르고
100개의 불상이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하는
광경을 보니, 사람들의 염원이 돌에도
자신들의 영혼을 불어 넣은 듯하다
사람들의 인생이 담긴 염원.
비록 기독교이지만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그분과 대화하고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머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진리에 대한 구도자로서 같은 길을 걷는 것
그렇기에 진리가 진짜라면
사람들이 언젠간 알게 되겠지라며
나는 내 안에 진리를 더 성찰할 뿐이다
보문사를 혼자 둘러보고 내려가는 길
많은 가족들이 웃으며 등산을 한다
함께 있어서 든든한 가족의 향기
나도 그런 가족을 만들고 싶다한다
도착하니 이미 다시 한통을 비우신 아버지
배가 고프신 어머니와 산채 비빔밥을 먹는다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음식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살짝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로
언제 도착했냐는 듯이 벌써 다 왔다
비가 오는 아침에는 살짝 고민했지만
이번 석모도 여행의 가장 큰 깨달음은
부모님의 사랑의 언어는
다름 아닌 '함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
그런 함께 있는 시간 속에서
부모님의 사랑의 느껴지고
미성숙한 아들의 인격이 어느새
6월의 격정을 지내고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
나는 다시 인생을 생각하고
굽어져 가는 부모님의 뒷모슴을 기억한다
추억이다
낭만이다
더 많이, 더 깊이
마음에 새기고 인생을 노래해야지 한다
지나간 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시간은 더 의미있게 즐기기로.
부모님이 연신 고맙다 아들 하시는데
나는 왜 눈시울이 붉어지는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