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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record Dec 06. 2018

디자이너 일기_디자이너란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디자이너란


 나는 디자이너다. 요즘엔 디자이너가 참 많다. 조심스럽지만 특별히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요즘엔 국가적으로 취업을 독려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물론 포괄적인 개념으로 종류는 다양하지만 어찌 되었든 어떠한 자리에서 본인을 소개할 때 그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려왔다. 연애의 목적이 결혼이 아니듯이 그때의 즐거움과 노력이 디자이너를 위함은 아니었으나 어찌 되었든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여느 꿈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이 대한민국의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대한민국 디자인 대학이 요구하는 학비는 낮지 않으며 그 교육 커리큘럼 또한 원대하지만 실속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고학력 디자이너는 매년 수없이 늘어가고 있고 그들을 수용할 공간은 무척이나 좁다. 환영 같은 시간들이 지나 디자이너가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현실에 떨어지면 한 명의 그저 그런 노동자들이 늘어나 있다.


 많은 마음의 말들을 삼키고 수많은 회의감을 겪으면서 나는 1년 차 디자이너로 사회에 적응해가고 있다. 아니 사실 정확히는 2년이다. 첫 회사에서 나는 GUI디자이너였다. 회사는 나쁘지 않았었으나 계약직이었고 GUI라는 영역이 비전이 없고 무척이나 기계적이고 정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안에도 누군가는 재미와 흥미를 찾았을테지만 내일은 아니었다. 직업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며 나름 디자인 대학을 나오다 보면 작업에서의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냥 그렇게 지낼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좀 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일이 하고 싶어 졌다. 물론 어처구니없겠지만 내가 GUI를 선택할 때 또한 굉장히 계산적이게 지나치게 골머리를 썩지 않으면서 차분한 일을 찾아 헤매다 발견한 길이었다. 나는 결국 다시 돌아서 좀 더 활기 있는 문구/캐릭터/그래픽 인쇄물 상품 디자인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새로운 포폴로 연관된 직업이기는 하나 전문성이 다른 내가 원하던 그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물론 그전의 경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디자이너란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처럼 추상적이고 넓은 영역의 직군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그 종류도 다양하다. 다 같은 디자이너라고 하면 디자이너 같겠지만 제품/시각/영상 등 절대 하나로 포괄시킬 수 없는 전문성이 절대 다른 영역이다. 조금 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치과의사가 갑자기 외과의사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디자이너 또한 기본적인 심미성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목적과 과정, 활동 반경은 전혀 다르다. 또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 속의 전문성이 쌓이면서 다른 영역과의 유사성은 훨씬 떨어지기 시작한다.

한편으로는 광고와도 비슷한데 수많은 광고학도들이 세상을 바꾸는 카피와 캠페인을 꿈꾸지만 그저 자본주의의 귀퉁이에 버려지는 기분을 느끼듯이 디자인 또한 상업미술로서 아름다움과 철학을 쫒지만 현실은 그저 자본가들의 손과 발로 움직일 뿐이다.



 디자인은 유독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일이라 모두가 나서서 베어 물려고 한다. 모두가 눈이 달려 있는 바람에 자기 입맛대로 바꾸고 싶어 하고 언뜻 어렵지 않아 보인다. 물론 디자이너들도 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대중성과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 수많은 의견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단순한 관심으로는 참견할 수 없는 절대적이고 고유한 영역이 있고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과 일을 위해 싸워야만 한다. 스스로의 가치를 위해서는 날카로워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에 대한 고정적인 관념이 생긴 것에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내가 같이 일하는 다른 직업군들의 직업의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듯 그들도 디자이너들을 위해 조금의 이해심을 발휘하길 바란다. 어떤 디자이너가 사회에서 도도하고 차갑게 군다면 그것은 디자이너로서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몸으로 익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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