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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record May 23. 2019

디자이너 일기 _사수의 필요성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 사수의 필요성


 직업에 관련하여 전문적인 학교나 과정을 수료하는 것이 아니라면 학교에서 배우는 과정과 실무에서 행하는 업무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우리는 회사에서 배우고 경력을 쌓는다. 누군가는 회사가 일을 하는 곳이지 학교도 아니고 뭘 가르치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익히는 프로세스, 소소하지만 효율적인 팁과 결과물들이 쌓여 종국에는 탄탄하고 안정적인 커리어를 길러내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역량 또한 큰 차이가 있겠지만 맡게 되는 프로젝트의 크기와 스타일, 윗 사수의 피드백은 추후 한 디자이너에게 있어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직을 결심한 이후 회사를 찾는 조건 중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당연 커리어, 사수의 존재 여부였다. 디자인 에이전시이거나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라면 사실상 하나의 디자인팀 형식의 구성을 가진 회사는 그리 많지 않고 마케팅팀에 부속적으로 존재하거나 애매하게 겉도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통은 대리나 과장급인 시니어 디자이너가 많아야 양질의 회사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회사에 오면서 합격점이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중간급 관리자들의 존재와 능력이었다.


 디자이너는 전문직이자 어떻게 보면 기술직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익히고 배워야 하며, 그 성격에 맞게 트렌드를 쫒아야 한다. 보통 업무강도가 높지 않고 상대적으로 편하고 포트폴리오가 되지 않는 경력을 물 경력, 그 반대인 것을 불경력이라고 하는데 제대로 된 에이전시나 스튜디오를 다닌다면 포트폴리오가 탄탄히 쌓여 좋은 커리어로 흔히 사회에서 긍정하는 대기업이나 안정된 기업의 관리급으로 이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애매하게 물 경력을 쌓게 되면 시간만 축내고 직업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어렵다. 여러모로 보나 당연히 이제 막 사회경험을 시작하는 디자이너는 거칠게 일해 경험을 쌓야하는 것이 지당 맞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 그런 곳조차 질 좋은 회사는 쉽게 들어가는 것이 여의치 않고 상대적으로 인하우스 디자이너보다 환경적으로 열악하다 보니 쉽게 마음먹기가 어려워진다. 더군다나 불황의 시기를 겪고 있는 요즘 세대는 지나친 경쟁사회에 지쳐버려 물 경력 임을 인지함에도 때때로 그 안에서 만족감과 합리화를 해버리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것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것은 단지 또 다른 길일 뿐이지 잘못된 길은 아닌 것이다.

 어찌 되었든 정직하고 교과서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오래, 그리고 점직적으로 나아갈 것이라면 경력과 성장을 무시할 수 없다. 그중에서 담당 사수와의 커뮤란 마치 멘토와 멘티처럼 앞으로의 디자이너 생활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수학처럼 답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업무들의 진행과정에 있어서 어떠한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더군다나 디자인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는데, 때문에 같은 디자인 시안을 내어도 꼭 경력자의 작업이 우선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디자인 스타일과 영역에 따라 분명히 강점이 다르며 키워주어야 할 부분 혹은 고쳐주어야 할 디자인 습관 등 유연하게 관리해주는 것은 상급자의 능력인 것이다. 


 좋은 선임을 만나는 것 또한 사실 운이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선임도 신입이 감히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선임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디렉이나 무조건적인 수용이 옳다고 생각치 않는다. 디자인의 근본적인 이야기와 접근을 나누며 작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이루어졌을 때 좋은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다보면 결국은 비슷한 일을 반복적으로 하기 때문에 숙달되고 익숙해지면서 아무래도 초반에 비해서야 훨씬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상황에 적응한 것이지 디자이너로서 성장한 것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오래하면 오래할수록 오히려 감이나 실력은 떨어져 갈 수도 있다. 그러지 않고 늘 굴러떨어지는 돌처럼 정신을 또릿하게 차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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