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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record Jul 16. 2019

디자이너 일기_디자이너들은 모이면 무슨 얘기해?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 디자이너들은 모이면 무슨 얘기해?


 디자이너들이라고 모여서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파묻혀 사는 현생을 살아가는 내게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사방이 디자이너라 질릴 법도 한데 또 다른 디자이너를 만나도 또 재미있다. 아마도 공감을 형성하는 수많은 상황들과 취향들이 그들과의 오작교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걸 너도 알고 너도 알고 있는 걸 내가 알고 있을까. 나는 늘 그들과의 만남이 즐겁다. 


 특별히 자기 사업을 하는 경우가 아닌 직장생활을 하는 미생 디자이너들과 모이면 여느 직장인들과 똑같이 회사 이야기, 동료 이야기, 자신과 맞지 않는 사수 그리고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똑 닮은 그 사람이 저기에도 꼭 있는지 흔히들 말하는 악성 질량 보존의 법칙은 쉬이 깨지지 않는다. 어쩜 그리 모든 회사들은 융통성이 없고 똑똑한 이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하지만 그 속에서도 늘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누군가가 또 우리를 구제해주곤 한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하고 난 후 대화를 하다 보면 사회 용어가 확 불어나 있다. 이슈라던가 크로스체크라던가 KV, TF팀 등 갖가지 업그레이드된 사회 용어를 사용해 가며 회사생활에 열띤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 몰랐던 은어와 용어를 배워가며 새삼스레 좀 더 성장한 사회 디자이너들 서로를 기특해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자기애가 강하고 작업에 대한 자존감이 높을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생각보다 많은 디자이너가 스스로의 실력에 있어서 소심한 일들이 적지 않다. 누군가가 자신의 작업을 좋지 않게 평가하고 스스로 보기에 부진한 느낌을 받으면 한 없이 작아지고 예민해진다. 별 거 아닌 일에도 도무지 자신감을 회복하기 어려운 날들도 많다. 이러한 대화도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는 했다. 우리는 한마디 한마디의 칭찬과 디테일한 조언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기에 서로서로를 응원한다. 왜냐면 서로가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잘하는 디자이너 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 특성상 조별과제를 정말 자주 했는데 그러면서 얼마나 서로들이 열심히 성장하고 배워왔는지 오래, 깊게 지켜볼 수 있었다. 때문에 그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누구보다 그들을 진심으로 격려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직업군들이 그러하겠지만 디자이너의 경우 끊임없이 트렌드를 알아야 하며 새로운 동향에 밝아야 한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컬러와 이슈들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인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같은 디자이너들과의 이야기는 늘 훌륭한 소잿거리가 된다. 지금 어떤 디자인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혹은 사라져 가는지, 작게는 유행하는 서체와 폰트 마케팅, 프로모션 하다 못해 젊은 층에 뜨는 앱이나 브랜드마저 접근이 흥미진진하다. 또 어쩜 취향들은 그리도 좋은 지 한 사람 한 사람들이 꽂혀있는 어떠한 것이든 아주 매력적이게 다가온다. 

 

 비슷한 곳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특별한 이해와 공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디자인 테이블. 앞으로도 그들과의 관계를 지금과 같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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