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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record Jul 05. 2019

디자이너 일기_평가받는 직업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 평가받는 직업


 디자이너는 근본적으로 평가받는 직업이다. 누군가의 인정없이 대단한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 쉽게 비판받고 쉽게 절하된다. 누구든지 비평가가 될 수 있다. 그 모든 것들에 어디까지가 의견이고 간섭이며 수용의 범위인지 아닌지 디자이너 스스로 기준을 잡기 어려울 때도 있고, 때때로 그저 게으르게 응답하는 시간들도 많다. 


 우리는 심심치 않게 누군가가 디자이너를 못마땅해하는 소식을 들을 수 있다. 그것은 대표적이게 작업에 대한 퀄리티부터 커뮤니케이션의 태도 혹은 생각까지 심지어는 '나는 디자이너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라는 말들까지 종종 들려오곤 한다. 어느 상황에든 정답은 없지만 그러한 경우일 때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업과 사람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 어떠한 경우에든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는 없다. 


 사실 작업은 작업일 뿐이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았던 콘셉트가 맞지 않았든 능숙하지 않았던 그것은 작업에 문제이다. 게다가 주관적인 영역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디자인에 있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놀랍게도 누군가에게는 썩 맘에 드는 시안이 누군가에겐 촌스러운 일들이 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의 성과와 자신을 분리하여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작업이 부정당하면 수많은 어린 디자이너들은 자신을 부정당하는 기분을 느낀다. 일을 하면서 작업에 대해 늘 좋은 소리만 들을 수 없다. 그리고 늘 좋은 사수와 좋은 파트너가 곁에 있는 것은 아니다. 작업 스타일이 맞지 않거나 아직 미숙하거나 혹은 정말 너무나도 다양한 이유로 디자인을 하는 동안 자의로 그리고 타의로 단두대로 올려지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성과나 성장 없이 그러한 비판이 반복되면 지치고 예민해진다. 나는 한때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멸시당하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다. 물론 실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손가락이 스쳐간 나의 작업이 커다란 모니터에 얹혀 모두가 희번뜩한 눈초리로 쳐다본다면 마치 나 스스로가 벌거벗고 군중 속에 묶여 있는 듯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모두가 의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냉혹한 판정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지켜내야 하는 직업인 것이다.

 규모가 커서 디자인의 분업화가 잘 되어 있거나 하드한 트레이닝이 가능한 회사가 아니라면 디자이너 스스로가 커가야 하고 또 자잘한 지시만으로 큰 성과를 이루어야 한다. 한 사람이 한몫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적고 작업은 익숙치 않으며 처음 접해보는 다양한 업무는 가득하다. 마감기한은 늘 촉박하고 필요하지만 기업에서는 디자인을 존중하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잘해도 본전, 못하면 힐난. 내가 디자이너다 보니 연민적으로 디자이너의 입장을 다가가게 돼버리지만 그러한 감정적인 일화들이 과장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그 상황에 매몰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다.


 늘 평가받는 생활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디자이너는 그 속성상 벗어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내가 일개 사원이든 혹은 유명한 디렉터이든. 이미지를 창작하는 생리적인 현상에서 늘 우리는 평가받는 사람들이다. 그 순간마다 무조건 목을 빼들고 당당하라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태도가 아니라, 좀 더 분별 있고 현명하게 상황을 이어갈 수 있는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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