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 센스는 가르치지도 못해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덕목(?), 역량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중하게 될 수 있는 요소는 감각이라 생각한다. 뛰어난 감각은 따라하거나 한순간에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예체능계열이나 모든 직종에서 누군가는 가지고 있는 특출 난 기프트 같은 것으로 타고난 재능인 것이다. 몇 번이나 디자이너 일기를 쓰면서 언급한 일이지만 디자인은 답이 없기 때문에 예술적인 면인 창작을 배제시킬 수 없는데 기초적인 점선면의 활용이라든지 레이어라든지 공감각이라든지 배우고 말고를 떠나 그저 느낌적으로 이미지를 활용하고 채우는 일에 타고난 디자이너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디자이너들은 어느 순간에 어떤 작업을 해도 이미지를 보는 순간 완성도나 센스가 다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물론 그러한 사람들이지만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과장님은 종종 타 디자이너의 작업을 평가할 때 우스갯(?)스러운 말로 센스는 가르치지도 못한다고 선을 긋는다. 그것은 어찌 보면 어떠한 비판보다도 가슴 쓰라린 일일지도 모르겠다. 노력으로 채우기 힘든 부분이 늘 존재한다는 것은 가진 자에게는 우월감을 주지만 없는 자에게는 절망감과 패배감을 주는 일인 것이다. 조금 비약적이고 슬픈 이야기로 흘러버렸지만 그만큼 디자이너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보게 되는 흔한 풍경인 것이다.
그렇다고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들은 물론 아니다. 우리 모두는 잠재적인 존재들이다. 어느 한 곳에 픽스된 존재가 아닌 무한의 가능성과 변주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진 자들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감각을 기를 수 있을까. 학부생 시절과 사회초년생 시절을 겪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1차적인 가르침으로는 감각적인 작업들을 정말 '많이' 보는 것이다. 교수님은 어릴 적부터 해외에 여행을 많이 다닌 친구들은 감각이 다르다고 한다. 그것은 어릴 적부터 눈으로 보던 것들이 달랐기 때문인 것이다. 좋은 작업과 작품들을 많이 보면 보는 눈도 함께 거기에 맞춰진다. 자신도 모르게 그것이 작업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전시나 좋은 도시로의 여행은 디자이너에게 그저 리프레쉬한 활동이 아닌 능력 향상을 위한 좋은 과정인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디자이너는 보여지기에 배부른 직업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린 시절 그토록 어른들이 예체능에 비싼 직업이라고 했던가 보다.
한국은 사실 디자인 불모지이며 역사가 이루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디자이너에게 좋은 환경은 아니다. 또한 아직 우리만의 감성이 적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기준을 잡는다는 것이 애매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곳은 대한민국, 뛰어난 인재들과 노력 지성인들이 판을 치기 때문에 현재의 디자인 시장은 상향평준화. 우린 어떻게든 답을 찾아낼 것이다.
두 번째로는 레퍼런스, 벤치마킹, 리서치 비슷한 류의 좋은 작업들을 실제 작업에 적절히 녹아들게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전히 새롭게 잘하려고 하면 어렵다. 흰 캔버스에 막연하게 색을 채우는 일이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좋은 작업들의 색감, 레이아웃, 콘셉트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완성도 높은 작업을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벤치마킹이나 레퍼런스를 찾는 일 또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사실 늘 알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가다 보면 사람이 느슨해지고 요령이 생기면서 더 이상 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업무나 작업을 하다 보면 결국 단단한 기본과 뼈대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종국에는 그놈의 초심의 마음이 필요해져 버리고 만다.
그렇게 계속 눈을 키워가고 좋은 작업들을 손으로 직접 연출하다 보면 어느 순간 디자이너로서 성장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떠한 일이든 계속해서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고 기술이 늘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