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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record Nov 02. 2019

디자이너 일기_ 도태되고 싶지 않아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 도태되고 싶지 않아


 난 사실 그렇게 트렌디한 사람은 아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고전적이거나 아날로그 하거나 하는 표현이 나에게 더 적절하다.(나는 가성비, 합리적, 알뜰살뜰한 단어를 좋아한다.) 그런 내가 디자인 시장에 뛰어들었으니 사실 아귀가 맞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디자이너가 디자이너 상품에 회의적이라면 어떻게 설레며 디자인을 할 수 있겠는가? 디자이너는 감각적이고 멋진 순간과 과정, 이미지를 크롭해 전시하고 판매하고 보여주는 사람인데 그런 일에 심드렁해하다니 아이러니고 코미디다.

 때때로 디자인 브랜드의 제품이 멋들어지게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뺏기다가도 그에 대응하는 가격을 볼 때 어쩐지 쭈뼛해진다. 그러한 가치와 나를 분리해 놓을 때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진다.


 물론 디자인을 생각하는 시선과 철학 또한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디자인의 속성은 시대의 흐름에 무척이나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분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디자인은 사람들이 쫒아갈 것을 미리 선도하지 그 뒤에 있지는 않는다. 

 나는 안타깝게도(?)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그나마 있던 흐름의 반사신경마저 쓸모조차 잃은 것처럼 퇴화되고 있다. 아무래도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이라는 좀 더 특수한 디자인 현장이다 보니 콘셉트이나 감각이 현재의 시간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때때로 바깥과 단절된 기분을 느낀다. 회사 탓을 해보았지만 아마도 근본적인 것은 앞서 말했던 나 자체의 특성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디자이너를 전업으로 시작했고 특별한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당분간 나는 디자이너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꼭 일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디자이너였던 사실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그 속성에 응당 기분 정도는 맞춰줘야 하지 않을까. 


 최근 아이티나 유튜브 업종의 디자이너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시대의 앞쪽에 있는 친구들이다 보니 쓰고 있는 업무의 컨디션이나 동향 및 키워드가 다름을 느꼈다. 내가 몇 년 전 즐겨 쓰던 에버노트가 새롭게 등장한 노션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소식만으로도 내가 꽤나 시대에 둔감함을 느꼈다.

 그래도 요즘에는 조금만 손을 뻗으면 사람들의 일상과 세태를 알기 어렵지 않다. 당장의 SNS만 탐색해보아도 요즘 사람들은 어디를 가는지 어떤 것이 뜨는지 각 업계에서는 어느 곳에 시장조사를 다니고 무엇을 탐미하는지 어렵지 않게 캐치할 수 있다.


 조금만 능동적이라면 아직은 얼마든지 발 맞출 수 있고 내가 디자인을 계속한다면 그리고 하지 않더라도 달라지는 시대의 변화와 나를 분리시킬 수 없음을 깨닫는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일로써 스트레스받지 말고 자연스럽게 취향의 범위를 넓히고 옆자리에 놓아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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