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일기_성취감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성취감

 이직을 하려고 했을 때 내가 가장 크게 고려했던 점은 내가 좋아하는 컨텐츠를 가지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회사였다. 그래야지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에는 오랫동안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덤벼야지 취업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혹시라도 내가 사실은 디자인에 신물이 나버렸다던가 하는 마음을 스스로 들켜버리면 그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불필요한 감정들로 현실에 집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떠한 일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면 스스로를 세뇌해야 했다. 그때 당시에 나는 적어도 10년 이상은 디자이너로 일할 패기가 가득했다.---- 여담이지만 10년 후에도 디자이너로 일할 거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회사가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상품을 제작할 수 있는 상품 디자인을 접할 수 있으면서 가지고 있는 컨텐츠로 어떠한 작업을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면서 편안할 수 있는, 귀엽고 아기자기하거나 보기 좋은 것들인 회사들을 찾아다녔다. 솔직히 말하면 계약직이지만 나름 1년을 지내온 회사에서의 업무가 GUI였기 때문에 분야적으로 다른 직장으로 잘 옮길 수 있을지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었다. 디자인 자체에 대해서는 분명히 나름대로 실력을 자부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내려진 구인난과 저조한 취업률 그 속에서 사회 초년 디자이너로서 내실을 다져야 하는 시기를 함께 할만한 양질의 회사를 찾기란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그럼에도 좋은 시기에 자리가 생겨 이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내가 찾은 회사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회사였고 내가 생각했던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았으며 지금도 꽤나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컨텐츠에 대한 이미 어느 정도의 애정이 있기 때문에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인심 좋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 데다가 의미까지 있고 상품으로까지 이어지는 작업들의 경우에는 내심 큰 성취감도 느끼고 남몰래 작업물들이 잘 팔리고 있는지 살펴보고 몇 번이고 매장으로 가서 만지작거린 적도 있었다. 

 어떤 직업도 사명감 없이 해내기란 어렵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에게 작업에 대한 성취감과 만족감은 그저 노동이라고 국한하기에는 분명히 애정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작업이든 지속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에는 독창성과 흥미를 잃고 그저 당장에 업무를 쳐내는데 급급해지기도 한다. 그 고무줄 같은 시기들을 잘 통제해 나가는 것. 지금 디자이너로서 내가 신경 써 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