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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record May 24. 2020

디자이너 일기_모두의 디자이너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 모두의 디자이너


 오랜만에 독서와 글쓰기의 공간에 왔다. 브런치 북 수상작들과 각종 신작들이 열과 행에 맞춰 재미있는 방식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그 책들 하나 건너 하나는 디자이너에 관련한 책이 가득했다. 디자이너가 이토록 대중적인 직업임을 새삼 느낀다. 수많은 직장인 중 하나이자 흔한 프롤레타리아. 새삼 이 만연한 상황에 미묘한 편안함을 느끼는 동시에 그 수많은 경쟁과 치열한 고뇌에 피로감을 느낀다.


 디자이너의 속성을 따라 걷다 보면 결국 직업을 떠나 사람은 모두가 디자이너다. 스스로를 설계하고 취향을 고르며 철학을 찾는다. 처음 디자이너에 관한 짧은 끄적임을 적은 이유는 일종의 스스로를 위한 해우소였다. 내가 선택했다지만 피로하고 때때로 정말로 너무 하기 싫었다. 괜스레 억울한 건 왜 그다지도 많은지..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한 것 같다. 인간인데 계속 더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나는 이미 디자이너였지만 끊임없이 마음을 다잡고 내가 디자이너임을 공부하고 생각해야 했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지금 하는 일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 디자이너를 공부하는 틈틈 사이에도 늘 의문과 권태가 있었다. 취업을 하고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항상 그러했다. 그래도 그중에서 내가 좀 더 좋아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나름대로 방향을 고민하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작은 고민과 노력들을 꾸준히 계속해서 쌓이다 보니 나는 꽤 지금 일에 만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잘하고 싶고 꽤 잘하고 있는 것 같고 뭔가 만족스러움이 들었다. 아직은 좀 더 오래 달릴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후로는 고민없이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이제는 디자이너가 하나의 직업을 떠나 속성으로 내게 적립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개개인의 특징처럼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취향처럼..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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