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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Nov 08. 2024

뻔뻔한 정치와 후폭풍

도날드 트럼프 시즌 2




트럼프가 당선됐다. 나는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가 이상적인 정치체제라 믿는다. 트럼프의 공약과 그간의 행적은 내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민을 호도할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거짓말을 들켰을 때 뻔뻔함은 정치인의 덕목이라고 하지만, 의식이 깨어있는 이에겐 통하지 않는다. 미국인 절반에게 통한 게 원통하다. 미국은 발언의 자유를 옹호하고 다양한 색을 포용한다. 그렇다 해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를 대통령으로 뽑을 줄은 몰랐다. 




트럼프의 뻔뻔함을 드러내는 유명한 사례가 '대체 사실' 발언이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가장 많은 인파를 모았다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다. 통계로 곧바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트럼프는 본인의 고문을 통해 '대체 사실'이라 설명했다. 명백하게 거짓말이 밝혀진 후에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의 정치 스타일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간다. 허구를 통해 원하는 바를 획득한다. 거짓말이 드러나면 '이런 말 할 수도 있지. 시적 허용 몰라?'란 태도로 일관한다. 




철저한 자국 우선 정책을 표방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슬로건을 갖는다. 말인즉슨 미국 아닌 나라는 위대함을 위한 재물로 쓰겠단 의미. 세계 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경쟁에서 더 많은 자본을 획득하겠단 의지다. 당장 한국과 일본에 10배 높은 국방비를 물겠다 한다. 특정 국가(중국, 러시아)에 60%의 추가 관세를 매긴다 한다. 명목상 민주주의에 반하는 국가에 대한 징벌적 관세이나 치고 올라오는 이인자 죽이기다. 기후협약도 탈퇴하겠단다. 지구온난화가 거짓말이라 주장한다. 그러니 이산화탄소 배출을 마음껏 해서 최대 성장을 이룩하겠단 말. 요컨대 공정을 포기한다. 공정 위에 자국민의 웰빙이 있다. 당장 생계가 빠듯하거나 얻을 게 많은 자국민으로선 환영할 수 있겠으나, 경제논리 이외에 중요한 철학이 없어 보인다. 돈이 인권을 압도하고, 효율이 지구 보존을 뒷전으로 밀어낸다.




한 사람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대단치 않다. 시스템이 위에 있다. 트럼프가 어마어마한 변화를 이룩하리라 믿지 않는다. 트럼프가 당선돼도 세상은 비슷하게 돌아갈 것이다.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물론 디테일 상으로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 삶에서 볼 때 일상은 비슷하게 흘러간다. 한 명이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고도로 발달하고 시스템화된 시대다. 그나마 다행인 점.




세상은 불합리다. 트럼프가 당선된 것도 불합리고, 이런 안타까움 속에서 내 증권 계좌 잔액이 오르는 것도 불합리다. 미국 주식에 유동자산의 대부분이 있다. 매장 오픈한다고 대부분의 돈을 썼지만, 약간은 남아 있다. 험블 하게 남은 돈이 몸집을 키운다. 작년 1월 이후로 1년 10개월 동안 투자 자산은 대략 60%가 올랐다.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당선 이후로 모든 보유 주식의 가치가 올랐다. 내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어도 꽤나 훌륭한 성과를 거뒀을 터다. 트럼프의 당선이 내게 돈을 안겨준다.




불합리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나는 진보에 속해 있지만, 내게 이득을 주는 정치색은 보수다. 주식투자로 자산의 대부분을 일궈냈다. 주식 양도소득세가 없는 한국 주식 덕에 세금 하나 안 내고 모든 소득을 챙겼다. 5천만 원 이상 소득분에 대해 세금을 문다 안 문다 말이 오갔다. 최근 윤석열 정권에서 커트했다. 보수는 자본소득을 지켜준다. 사업하고 투자하는 입장에서 보수에 줄을 대는 게 유리하다. 다만 내 주머니 사정과 별개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보다. 그게 내 철학이다. 굳이 다 안 내는 소득세 낼 생각도 없다. 철학의 지반이 약하다.




미국은 서방국가의 리더다. 미국이 움직이는 방향이 다른 나라의 행로에도 영향을 끼친다. 미국의 우경화는 다른 나라의 우경화를 이끈다. 미국의 자국보호주의는 다른 나라의 자국보호주의를 낳는다. 미국이 배타적으로 나오면 다른 나라도 배타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만 손해 볼 수 없는 노릇이다. 세계 기준 금리도 미국이 제시한다. 엄청난 소비 파워로 관세로 전세계 유통 업체의 이익을 좌우한다. 사람들이 외국인에 야박해진다. 이민자로서 이민자에 배타적인 상황은 달갑지 않다. 내 삶은 비슷하게 이어지겠으나 따뜻함 한 스푼 정도가 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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